중남미 진출 교두보 '멕시코'
1~8월 수출 42.4% 증가
라면 128%·커피 153%↑
음식은 문화다. 식문화에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K-푸드'다. K-푸드는 단순한 먹거리 넘어 K-콘텐츠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홀리고 있다. 나아가 K-푸드는 수출 효자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정부는 농식품과 전후방산업을 아우르는 'K-푸드플러스(+)'의 올해 수출 목표치를 135억달러로 제시하고 10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나섰다. 아시아경제는 '세계를 홀린 K-푸드' 기획을 통해 세계인의 식탁을 공략하고 있는 K-푸드 열풍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라 꼬미다 꼬레아나 에스 사나 이 델리시오사(한국 음식은 건강하고 맛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K-푸드' 페어에서 만난 K-푸드 수입업체인 토요푸드의 이스마엘 팀장은 K-푸드의 강점을 '맛있고, 건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마엘 팀장은 "지금까지는 일본 식품을 주로 수입해서 멕시코 시장에 납품했는데 K-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소비자가 먼저 한국의 라면과 떡볶이, 장류, 과자 등을 찾기 시작하면서 K-푸드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며 "특히 살사를 즐기는 멕시코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해 한국의 매운맛에 거부감이 없다"고 강조했다.
K-푸드가 멕시코인들의 식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K-드라마를 통해 접한 K-푸드에 대한 궁금증이 한국 라면과 떡볶이를 먹고 소주를 마시며 즐기는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토요푸드는 2년 전인 2022년부터 K-푸드를 수입하고 있다. 처음엔 라면과 잡채, 당면 등 15개 면류를 중심으로 수입했지만, 지금은 소주와 막걸리, 알로에음료, 빼빼로 등은 물론 고추장·쌈장, 김치와 떡볶이 등 수입품목을 200여개로 늘렸다.
멕시코에서의 K-푸드 인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對)멕시코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3790만달러(약 50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2.4%(1127만달러) 늘었다. 아직 올해가 4개월여 남았음에도 지난해 연간 수출액인 4263만달러의 88.9%가 이미 수출됐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수출액이 5300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라면과 소주 수출액이 각각 127.8%, 72.1% 늘었고, 과자는 47.1%, 커피조제품은 153.2% 수출이 증가했다.
라면의 인기를 반영하듯 멕시코시티에 K-라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마트와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 내에 8개의 마트를 운영하는 '아시아온푸드'의 판매 1위 상품은 K-라면이다. 마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K-라면 코너가 매대 양쪽에 진열돼 있다. 벽면에 위치한 매대에는 불닭볶음면은 물론 진라면·비빔면 등 수십 종류의 봉지라면이, 반대편에는 컵라면을 중심으로 K-라면을 선보인다. 아시아온푸드는 한국 한강에서 먹는 이른바 '한강라면'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2층에 따로 마련해 놨다. 봉지라면과 그릇을 각각 40페소(약 2700원), 30페소(약 2000원)에 구매해 끓인 라면을 맛볼 수 있다. 아시아온푸드는 K-라면임을 강조하기 위해 2층 곳곳에 '잘 먹겠습니다', '안녕' 등의 한글을 적어놨다. 아시아온푸드에서 1년간 일한 주리디아(23세)씨는 "마트 손님 중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 30%, 멕시코사람이 70% 수준"이라며 "절반은 K-푸드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고, 나머지는 마트에 방문해서 처음으로 K-라면과 음료, 소주 등을 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K-라면을 전문적으로 맛볼 수 있는 라면 가게도 멕시코시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부터 멕시코 전역에 한국의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박재원 HM&CO MEX 대표는 "멕시코 사람들이 쉽게 한국 라면을 쉽게 접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라멘익스프레스'라는 매장 4개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며 "K-라면은 스페인어로 '꼬미다 라 삐다(간단히 먹을 수 있은 음식)'로 통하며 점심과 저녁 시간에 현지인들로 늘 붐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라멘익스프레스 매장을 5개 더 늘릴 계획이다.
K-푸드는 아시안마트는 물론 멕시코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멕시코 전역에 약 60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월마트에서도 한국 라면과 즉석밥, 과자, 김, 음료수 등을 팔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서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마트 '소리아나'에는 올 8월부터 K-푸드 전용관이 생겼다. K-푸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와 협업해 마트 입구에 라면과 식혜, 커피, 인삼음료, 소주 등을 진열한 별도의 판매대를 설치한 것이다. 장을 보러 소리아나를 찾은 알레한드로(60세)씨는 "집 근처 작은 마트에는 한국 제품이 없어서 K-푸드를 접하기 어려웠는데 소리아나에 전용 매대가 있어 이번 기회에 한국 라면과 인삼음료 등을 사서 맛보려고 한다"며 "멕시코에서도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있어 라면에 대한 수요가 많고, 특히 한국 라면은 다른 나라 라면과 비교해 내용물이 많고 성분표시가 잘 돼 있어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도 K-라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1억3000만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 11위의 인구 대국으로 K-푸드의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로 꼽힌다. 하지만 인구 1억98만명의 베트남으로의 올해 1~8월 K-푸드 누적 수출액이 5억5692만달러로 멕시코(4384만달러)의 12배를 넘는 상황이다. K-푸드 수출 확대 가능성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이에 따라 aT는 지난달 중남미에선 처음으로 멕시코시티에서 한국 수출·유통업체 20개사와 멕시코 바이어(구매자) 46개사가 만나 1대 1 매칭 상담, 수출기업 현장 컨설팅 등을 진행하는 B2B(기업간 거래)와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K-푸드를 홍보·체험하는 B2C(기업-소비자 거래)를 동시에 진행하는 통합 K-푸드 페어를 진행했다. 210건의 상담을 통해 2700만달러의 수출 상담 실적과 함께 김치, 떡볶이, 라면, 유자차 등 15개 품목에 대한 200만달러 규모의 현장 계약과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김영진 aT 멕시코사무소장은 "한국 수출업체별 전용 상담 부스를 마련해 바이어들과의 1대 1 수출 상담을 계획했는데 예정된 업체당 10회 상담을 마치고도 바이어들의 요청에 추가 상담을 진행하는 등 K-푸드에 대한 멕시코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중남미에서도 시장이 큰 멕시코를 중점적으로 공략해 K-푸드에 대한 인기를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B2B 상담에 참여한 K-푸드 수출업체인 유앤아이원의 신희준 대표는 "동남아는 이미 K-푸드가 유명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새로운 시장인 중남미, 특히 멕시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번 K-푸드페어를 찾았다"며 "그동안은 멕시코에서 떡볶이 등 K-푸드가 통할지 반신반의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가능성이 크다고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aT는 B2B 상담회에 이어 멕시코시티 내 쇼핑몰에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K-푸드 체험 홍보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소비자들은 직접 시음·시식하는 마켓테스트는 물론 오픈키친 체험과 등 K-푸드를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초등학교 교사인 아브로라(26세)씨는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을 좋아하는데 K-푸드페어에서 다양한 김치와 떡볶이, 라면 등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K-팝, K-드라마는 좋아하지만, 아직 K-푸드까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행사처럼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가 많아지면 멕시코에서 K-푸드의 인기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지원: 2024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멕시코시티(멕시코)=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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