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올 1~7월 4만2407건 성범죄물 시정 요구
여전히 대거 유통되는 불법촬영물…"근본 대책 필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영상 대부분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유통된 텔레그램보다 불법 도박 등이 이뤄지는 해외 불법사이트에서 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외 불법사이트도 텔레그램에 준하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올 1~7월 총 4만2407건의 디지털 성범죄물에 시정 요구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디지털성범죄정보 시정 요구는 전년 대비 약 6000건 늘어난 약 7만30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성범죄물은 불법 도박 및 음란물 시청을 목적으로 한 해외 불법사이트 또는 개인 간 거래(P2P) 사이트에서 주로 유통됐다. 올 1~7월 기준 시정 요구 4만2407건 가운데 4만2138건의 접속차단 조치가 해외 불법사이트 또는 P2P 사이트 등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체 대비 약 99%에 달한다. 반면 트위터와 텔레그램은 각각 188건, 78건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네이버에서 3건의 디지털성범죄정보에 대한 삭제 조치만 이뤄졌다. 국내 수사기관을 피하기 위해 해외 불법사이트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영상물을 유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불법사이트 또는 P2P 사이트에서는 불법촬영물, 즉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서 촬영된 성적 영상이 대체로 유통되고 있다. 시정 요구된 4만2407건 가운데 3만5865건이 불법촬영물 관련이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등이 포함된 성적 허위영상물 관련 시정요구는 6542건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불법영상물 관련 시정 요구가 각각 5만1202건, 5만9217건 등에 달했다. 불법촬영물이 대거 생산되고 유통된 N번방 사건이 2020년 발생한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촬영물을 버젓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방심위의 대책은 텔레그램 규제에 머물러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텔레그램과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면 회의를 두 차례 가졌다"며 "텔레그램 측은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등 디지털 성범죄 외에도 성매매·마약·도박 등 불법정보에 대해 다각적으로 협력하고, 실무 협력을 위해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와 전향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해외 불법사이트와 불법촬영물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근본적인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해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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