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40년 영화 찍었지만, 아직도 부족해"
“봉준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 되면서 ‘손에 닿지 않는 구름 위에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고 ‘아직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구나’ 싶어 기뻤다.”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백화점에 진행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상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축전 영상을 보내온 봉 감독에게 고맙다고 했다. 영상에서 봉 감독은 “구로사와 감독의 오랜 광팬”이라며 “좋아하는 작품이 많은데, 매번 충격과 영감을 줘서 영화인으로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로사와는 신작 ‘뱀의 길’과 ‘클라우드’ 두 편을 들고 부산에 왔다. 전날엔 개막작 레드카펫에 섰다. 그는 “그렇게 긴 레드카펫에 오른 건 처음”이라며 “즐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막식 끝나고 파티를 했는데 프랑스·홍콩·일본 등에서 많은 창작자가 모였다. 세계 영화의 축소판이 부산영화제구나 느꼈다. 일본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한국에 세계 영화가 모여있다는 데 놀랐다”고 했다.
1955년생인 구로사와 감독은 영화 ‘간다천 음란전쟁’(1983)으로 데뷔해 ‘큐어’(1997)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회로’(2001) ‘밝은 미래’(2002) ‘절규’(2006) 등을 연출했다. ‘도쿄 소나타’(2008)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각각 받았다.
수십년간 영화를 만들어온 장인이지만 열정은 더 뜨겁다. 구로사와는 “40년 넘게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일본에선 ‘베테랑’ 소리를 듣지만 ‘다음 영화는 어떻게 찍나’ 늘 고민한다. 그 정도로 내 ‘테마’는 안 정해졌다”라고 했다. 그는 “한 해에 2편을 촬영하는 69세 감독이 또 있을까”라면서 “나는 좀 다른 감독”이라고 말했다.
공포, 스릴러 등 장르영화에서 탁월하단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규정짓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선보여왔다. 구로사와는 “영화를 보는 게 좋아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훌륭한 감독이 많은데 볼 때마다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360도 어디서 봐도 부족하지 않은 영화를 찍고 싶다.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분이다. 한 방향만 추구하는 건 상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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