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읽는 것=멋지다" 독서량 견인한 Z세대
유명인 언급·SNS 추천으로 책에 관심
디토(Ditto)가 출판업계에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명인이 추천한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거나 절판되고,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사이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읽은 책과 후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유노북스)는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의 추천으로 Z세대들이 많이 읽은 책이다. 지난해 말 배우 하석진이 한 예능 방송에서 책을 인용해 얘기한 것에 이어 올해 5월 장원영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사람들은 마흔에 읽지만 저는 스무살에 읽고 싶었다. 쇼펜하우어가 워낙 염세적이어서 위로받게 된다"고 말한 뒤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책은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교보문고 2024 상반기 결산)에 올랐으며, 이달 2일 기준으로도 인문 분야 도서 주간 6위에 올라있다.
장원영의 추천을 따라 쇼펜하우어 책을 구매한 최희진 씨(28)도 "철학책은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 때문에 선뜻 읽기 어려웠는데, 유튜브에서 장원영의 영상을 보고 따라 사 봤다"며 "쇼펜하우어는 자기만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틀렸다고, 산다는 것은 원래 괴롭다고 말하는데 이런 염세적인 철학관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불안의 서'(페르난두 페소아, 봄날의 책)도 젊은 세대들에게 영향력이 큰 유명인의 입김에 힘입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우다. 한국에서는 10년 전 출간된 데다 800여쪽에 달하는 이른바 '벽돌 책'(분량이 많아 두껍고 읽기 어려운 책)이어서 Z세대들의 관심을 못받았다가 배우 한소희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뒤로 절판돼 중쇄에 들어갔다. '불안의 서'는 지난해 11월 3주~12월1주까지 예스24에서 4주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한소희는 "최근 '감정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꽂혀서 '불안의 서'처럼 감정을 다룬 책들을 보고 있다"며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라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8년 전 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SNS를 통해 뒤늦게 입소문 탄 책도 있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에 따른 트라우마를 간직한 변호사 주드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리틀 라이프'(한야 야나기하라, 시공사)는 2016년 국내 출간됐지만, 최근 SNS에서 인기를 얻어 갑작스럽게 올해 6월 1, 2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틱톡 등 SNS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며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공유했는데, 이 영상이 주목받으며 책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해외 틱톡을 번역하며 이 책을 소개한 국내 한 영상의 조회 수는 800여만회에 달한다.
SNS를 통한 독서 공유 문화는 Z세대에서 이미 트렌드가 됐다. '읽는 게 멋진 것'이란 의미의 이른바 '텍스트 힙'(Text hip)이다. Z세대들은 독서 모임, 낭독회 등을 통해 함께 책을 읽고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SNS에는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완독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독서를 인증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의 성인 독서량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20대의 독서율은 전 연령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19~29세)의 종합독서율은 74.5%로, ▲30대 68.0% ▲40대 47.9% ▲50대 36.9% ▲60세 이상 노년층 15.7% 등 다른 연령대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성인 전체 평균은 43.0%에 그쳤는데, 이는 성인 10명 중 약 6명이 일 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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