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Z세대들의 선망…제니 입자 국내서도 인기
마른 체형·금발·백인 내세우며 홍보
중국서는 몸무게 표 유행하며 섭식장애 유행도
명품 브랜드가 부유함의 상징이라면, 최근 젊은층에서는 날씬함의 상징인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작은 체형의 여성을 위한 S(스몰) 단일 사이즈의 옷만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melville)이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의 옷을 입기만 하면 날씬한 몸매를 가진 것으로 인증받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보니 브랜드가 상륙하는 곳마다 Z세대의 과도한 다이어트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브랜디 멜빌은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첫 매장을 연 뒤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억1250만달러(약 3000억원) 수준으로, 5년 전인 2019년(1억6960만 달러)에 비해 25.3% 성장했다. 현재 미국·유럽·호주 등에 9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홍콩 등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 성수동에도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Brandymelville, #Brandyusa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0만건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블랙핑크의 제니·로제, 레드벨벳 슬기 등이 착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아직 한국 매장이 문을 열지 않았지만, 이미 포털사이트와 SNS상에는 브랜디 멜빌의 제품을 구매대행해준다는 글이 자주 게시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상품은 짧은 기장의 크롭 티셔츠와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바지 등이다. 최근 유행하는 Y2K(190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밀레니얼 패션)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의 브랜드 전략은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를 존중하며 다양한 체형을 위해 의류 사이즈 종류를 늘리고, 여러 인종의 모델을 고루 기용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이곳에선 마른 사람만 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단일 사이즈만 판매한다. 아이돌, 연예인 등 유명 모델도 기용하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의 데일리룩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어 홍보하는데, 마른 체형의 금발 백인 여성을 주로 내세운다. 일반인의 사진을 공식 계정에 올릴 때에도 마른 체형의 금발 백인 소녀들을 선호한다.
때문에 이 브랜드는 외모지상주의를 가속화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랜디 멜빌은 '전형적인 백인 10대 소녀의 외모가 아닌 직원은 해고하라'는 고용 지침으로 미국에서 차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3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브랜디 멜빌의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던 루카 로톤도는 "전형적인 백인 10대 소녀에 해당하지 않는 외모의 직원을 해고하라는 지시에 불응하자, 회사가 자신을 잘랐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브랜디 멜빌이 한국보다 먼저 진출한 중국에서는 이 브랜드의 옷을 입기 위한 과도한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웨이보 등 SNS상에서 이른바 'BM Girls' Ideal Weight Chart'로 불리는 체중 표가 유행처럼 퍼졌다. BM은 브랜디 멜빌의 약자를 딴 것으로 이 브랜드의 옷을 입기 위한 여성의 이상적인 체중을 안내하는 표다. 일부 여성들이 이 표에 맞춰 체중을 줄이기 위해 섭식장애를 앓게 돼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 표에 따르면 신장 160㎝인 여성은 43㎏ 몸무게여야 '이상적인 BM 소녀'가 될 수 있다. 이는 신체질량지수(BMI) 16.8로, 저체중에 해당하는 몸무게다. 한국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과 몸무게가 161.8cm, 58㎏(통계청 건강검진 통계)인 것을 고려해볼 때 지나치게 마른 몸을 이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BM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타 브랜드의 아동용 옷을 입고 인증하는 문화가 중국 웨이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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