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표현하면서 '인재 잡기' 사활
3나노 이하 AI 반도체 경쟁도 자신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국내를 넘어 세계 기업으로서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파운드리 업계에 더 이상 적수가 없다고 보고 최고경영자(CEO)가 임직원을 이같이 독려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 "더 이상 대만의 TSMC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세계의 TSMC"라고 썼다. TSMC는 일본, 미국, 독일 등에 공장을 세우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웨이 회장이 자신감을 표현한 이유는 파운드리에서 TSMC를 위협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1위였다. 1분기 61.7%보다 0.6%포인트 올랐고 2위 삼성전자 와의 격차는 1분기 50.7%포인트에서 2분기 50.8%포인트로 벌어졌다. 인텔은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TSMC의 유일한 상대는 주요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술과 고객 수주 실적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이야기다.
2022년 7월 삼성전자는 TSMC보다 3개월가량 먼저 3㎚ 양산에 성공했지만 점유율을 좁히지 못했다. TSMC의 3㎚(나노미터·1억분의 1m) 공정 월간 생산능력은 연말까지 최대 웨이퍼(반도체 원판) 13만장에 이를 전망이다. 공언한 대로 내년부터는 2㎚ 공정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회로 선폭이 좁아질수록 인공지능(AI) 반도체 품질이 높아진다. 미세 공정 경쟁에 들어갈수록 TSMC는 경쟁사보다 유리해진다. 기술, 인프라, 정부 정책, 공급망(협력회사) 확보 등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웨이 회장은 지난해 재고 정리를 극복하고 올 상반기(1~6월) 호실적을 낸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TSMC는 상반기 매출이 1조2661억5400만대만달러(약 53조7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웨이 회장은 서신에서 직원들에게 "정직하게 말하기를 실천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개방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 방식을 전 세계 TSMC 직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을 겸비한 작업 환경과 근무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TSMC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언급했다.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직원 간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공감, 존중, 포용을 바탕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재 풀(pool)이 제한적이다 보니 반도체 기업들은 외부 인재 영입만큼 내부 우수 인재를 붙잡아두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웨이 회장 메시지에는 자신감 표현과 함께 내부 인재를 확실히 잡아두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대만 정부도 TSMC의 비전에 화답했다.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TSMC의 발전 축은 여전히 대만에 있다"면서도 "국제 진출이 확장됨에 따라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세계의 TSMC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24 글로벌 100대 기술 연구개발상' 기자회견에서 "세계의 TSMC"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궈즈후이 장관은 TSMC가 일본, 미국,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업무 문화를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만인만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 TSMC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만 정부는 TSMC가 AI 반도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세제 혜택과 인력 양성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궈즈후이 장관은 4년 안에 대만 인공지능(AI) 응용 산업을 세계 3위로 올리는 것이 대만 경제부의 목표라고 했다. 미국, 중국과 함께 'AI 3강'에 오를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목표와 겹친다. 대만 경제부는 '산업 혁신 조례' 10조 1 개정안을 통해 투자 세액 공제 한도를 180억 대만달러(약 7500억원)로 상향 조정해 기업 디지털·저탄소화 인프라 구축을 돕고 있다.
'2+4 인재 양성 계획'을 추진해 매년 2만5000명의 해외 유학생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만 경제부는 4년간 10만명의 해외 유학생을 AI 분야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인재 10만명을 더해 2028년까지 총 20만명의 AI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징후이링·인후이중 기자/번역=아시아경제
※이 기사는 본지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에 근거해 전재된 기사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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