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인 중국발 초저가 공세
철강·전기차·e커머스 시장 위기
대(對)중국 반덤핑 관세 기류 형성
‘차이나 덤핑(China Dumping)’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과잉 생산한 제품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수출전략을 일컫는다. '덤핑'이란 이해득실을 무시하고 싼 가격에 상품을 파는 일이다. 국제무역에서는 해외 국가에 국내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전략을 말한다. 재고떨이 수준의 중국발 초저가 공세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질서를 왜곡하는 ‘차이나 쇼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차이나 덤핑은 다양한 업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난다. 철광석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철광석 현물 가격은 19일 기준 t당 92.60달러로 지난 1월(135.15달러) 대비 31.48% 떨어졌다. 업계의 통상적인 생산 손익분기점인 t당 100달러를 밑돈다.
철광석 시세 하락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철강 전문 정보업체 칼라니시코모디티는 중국 내 철강 수요가 2020년 이후 1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건설 및 제조업체의 철강 소비가 감소한 탓이다. 반면 중국의 철강 생산은 같은 기간 연 10억5000만t까지 치솟은 뒤 현재도 연간 10억t 이상을 유지 중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철강 생산국이다. 중국 정부 주도의 과잉 생산 정책과 저가 판매의 영향으로 각국 정부는 ‘중국발 철강 쓰나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C커머스(중국 e커머스)도 마찬가지다. 2018년 알리익스프레스, 지난해 7월 테무에 이어 지난 6월 쉬인이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알테쉬’가 주도한 차이나 덤핑이 한국 e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초저가 상품 공세로 국내 오픈마켓을 무력화했다. 티몬·위메프가 할인쿠폰 남발로 결국 무너진 원인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유통업계는 대체로 C커머스가 국내 오픈마켓에서 값싸게 상품을 찾던 소비자들을 흡수한 것으로 추정한다.
초저가 상품 공세는 소비자에게 당장은 이득이다. 고물가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똑같거나 비슷한 제품을 국내 오픈마켓보다 싼값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 전남 여수 SM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산 스티렌모노머(SM) 덤핑 공세 때문이다. SM은 자동차·가전 등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석유화학 원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중국산 SM수입·제조업체 4곳을 상대로 덤핑 조사를 실시했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에 관세 부과를 강화하는 기류가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 태양전지, 철강, 알루미늄, 전기차 배터리 및 주요 광물 등에 관세율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기존 25%에서 100%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현행 7.5%에서 25%로 3배 넘게 인상한다. 브라질과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도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거나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8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최대 46.3%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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