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4분기를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할 때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늦더위로 인한 냉방 수요가 많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결국 '늦더위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가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23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발표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조정요금은 이번에 한전이 발표하는 조정단가에 전기 사용량을 곱해 계산된다.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원가인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결정된다.
한전은 매 분기 마지막 달의 16일까지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이달은 추석 연휴가 있어 19일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정단가를 바탕으로 물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거친 후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전기요금을 최종 결정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고물가에 따른 일반가구·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기요금이 생산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부채는 급격히 쌓였다. 2014년 108조8833억원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202조4502억원으로 93조3736억원이나 급증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총부채는 202조8905억원으로 되레 늘었다. 단기간에 총부채가 급증하면서 이자 부담이 함께 늘어난 여파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이자 비용으로 2조2800억원을 썼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로 기업 존폐를 의심받고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호소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전기요금 정상화 전에 원가절감과 정원감축, 희망퇴직, 임금 반납 등 한전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며 재차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피력했다.
정부도 한전의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지난달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시기의 문제'라며 전기료 인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일단 폭염이 지나가야 해 당장 전기요금까지 인상하기 어렵지만, 이 상황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서 전기요금을 웬만큼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늦더위가 언제쯤 꺾이느냐가 전기요금 인상 시기의 관건인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던 폭염은 이번 주말 전국에 비가 내린 뒤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는 23일 이후에도 낮 기온은 22~30도로 평년(최고기온 23~26도)보다 높을 전망이다.
늦더위가 이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4분기부터 적용되는 연료비조정단가는 오는 23일 발표하지만 이외에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전력량요금 등은 정부가 따로 조정해 수시로 발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 시에도 4월이 아닌 5월 중순에야 요금을 올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조정요금은 연료비 변화를 전기요금에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하나의 구성요소"라며 "연료비조정단가와 일반적인 전기요금 조정은 별개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한전의 재무상황과 물가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폭을)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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