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 금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판사들이 모여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 파탄의 경우 등에 있어 이혼 위자료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논의를 진행해 법조의 관심이 크다. 30년 이상 현실화되지 못하고 3000만 원 아래에 머물렀던 이혼 사건의 위자료 액수가 이번 논의를 계기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해배상소송 커뮤니티(회장 박형순)는 지난 9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위자료 실질화를 논의하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부정행위로 파탄 땐 액수 확대 목소리
서울가정법원 위자료 선고 판결례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4년까지 약 20년간 위자료 금액은 2300만 원 수준으로 동결돼 있다. 1991년 2300만 원에서 2010년 1900만 원으로 줄었다가 2014년 2400만 원으로 조사됐다. 혼인 공동재산 가액이 증가하고 재산분할 청구금액 및 인정금액도 커졌지만, 금액은 1991년 이후 큰 변동이 없는 것이다. 현재도 실무상 권고되는 위자료 금액은 평균적으로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인 2000만~30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불법행위 유형별 위자료 기준 금액은 2015년 1월 서울중앙지법 교통·산재 실무연구회가 공표한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 1억 원을 통상적인 상한액으로 한다. 그 때문에 이혼 사건에서의 위자료 액수는 훨씬 낮은 금액으로 청구됐으며 그보다도 낮은 금액이 인정돼 왔다. ‘부정한 행위’의 경우 유책성이 다른 이혼 사유보다도 상당한 사유로 인정됐지만, 위자료 금액은 다른 사유와 비슷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의 경우 위자료 액수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을 지급해야 한다는 역대 최고 금액의 위자료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와 적정 금액인지 논란이 됐다. 그런데 지난달 최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씨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가정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위자료 실질화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다.
그에 앞서 지난해 6월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A 씨가 B 씨에게 제기한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상당한 기간 이율배반적 행위를 통해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했다면, 그 기간 동안의 유책행위로 인해 A 씨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전보할 수 있는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며 A 씨에게 2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비재산적 피해까지 고려해야”
이선미(46·사법연수원 34기) 대전고법 고법판사는 9일 열린 손해배상소송 커뮤니티 세미나에서 ‘이혼 위자료 재판의 개선방안(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의 경우를 중심으로)’을 주제 발표했다. 그는 “다른 이혼 사유보다 특별히 부정행위에서 이혼 위자료가 문제된다면 현재같이 낮은 수준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실무 관행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실무상 부정행위에 대해선 약간 기산된 이혼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재판례가 형성돼 있으므로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의 특수성을 이미 재판 실무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 고려 정도가 충분한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고법판사는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 파탄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그 액수에 대해 상대방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비재산적 손해의 측면에서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고법판사는 “위자료가 전보하는 손해는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일체의 비재산적 손해”라며 “정신적 고통만을 위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이 파탄됨으로써 상대방 배우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는 ‘결혼생활을 누릴 기회를 박탈하는 손해’”라며 “혼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영위하는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상실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중 일부는 비재산적 손해가 아니라 재산적 손해로 파악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 산정 및 증명이 극히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손해는 일체로서 산정이 불가능한 비재산적 손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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