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 1항
해석 관련 첫 대법원 판단 나와
성립 범위 넓게 본 2심 판단 수긍
성인 남성이 10세 여아에게 보낸 '뽀뽀', '결혼', '흥분된다'는 등 메시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상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사건에서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 1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1·2심 판결이 갈렸는데, 대법원은 1항 1호의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의 내용이 반드시 같은 항 2호(성교 행위 등을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에 비견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본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해당 조항의 해석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정서적 아동학대) 및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목적대화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과 함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이나 장애인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목적대화등)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김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38세였던 2022년 1월 자신보다 스물여덟살이나 어린 초등학생 여아 A씨(당시 10세)에게 애플리케이션 채팅을 통해 총 45회에 걸쳐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성적인 대화를 반복적으로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A씨와 채팅을 주고받기 시작할 무렵부터 A씨가 만 10세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2022년 1월 6일 새벽 5시께 '내키 179 기억해야해. 141이면 내가 들어야 뽀뽀할 수 있겠네 ㅋㅋㅋ'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을 비롯해 'A가 존댓말 쓸때면 난 흥분돼', ‘B(가명)는 이 시간부로 김OO의 소유물이다' 등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또 김씨는 A씨에게 '뽀뽀하는 입술사진', '입 벌리고 아 하는 사진', '이빨사진', '헝클어진 머리 사진' 등을 찍어 보내라고 하거나, "엄마 몰래 결혼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해라"라거나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보내라"는 등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로부터 이 같은 요구를 받은 A씨는 실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 김씨에게 보내거나, 결혼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하기도 했지만, 일부 요구는 응하지 않았고,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엄마가 알게 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에서 김씨는 A씨에게 순수한 연애감정을 느껴 이 같은 메시지들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인정, 김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김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5년의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반면 재판부는 김씨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 1항 1호를 좁게 해석한 결과였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 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아동·청소년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면서 1호에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를, 2호에서 '제2조 4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법 제2조 4호는 정의 규정으로 '아동·청소년의 성(性)을 사는 행위'를 아동·청소년의 보호·감독자 등에게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 행위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 행위를 하거나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 제15조의2 2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에게 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1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A씨가 16세 미만의 아동이었기 때문에 제15조의2 2항이 적용됐다. 2항은 1항과 달리 '성적 착취 목적'이 없었더라도 성립한다.
문제는 1항 1호의 해석이었다.
1심 재판부는 "법 제15조의2 1항 1호의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란 그와 같은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했을 때 아동·청소년에게 성교 행위 등을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것(2호)에 비견될 정도로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성교 행위 등을 비롯한 각종의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이러한 성행위를 직접 연상하게 하는 성적 묘사를 하지는 않았고,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신체 부위나 물건, 장소 등에 관한 직접적·은유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16세 미만인 피해자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김씨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호와 병렬적으로 나열돼 있다는 걸 감안하면 1호도 2호에 준하는 정도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김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올렸다.
2심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 1항 1호의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의 내용이 반드시 같은 항 2호(성교 행위 등을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에 비견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의 전반적인 내용 및 그 전후 맥락,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피해자가 느낀 감정 및 대처방법,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는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 도의관념에 비춰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화에 해당하고, 그 기간·횟수 등에 비춰 위와 같은 대화가 지속 또는 반복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1심 무죄 판단을 뒤집은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피고인은 약 20일 동안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만 10세에 불과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상대로 연인관계에서나 보낼 법한 내용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어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는바, 그 범행 내용과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나쁜 점, 또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큰 충격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부모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다퉜던 김씨가 1심 일부 유죄 판결에 항소하지 않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는 못했지만 2심 재판 도중 피해자를 위해 2000만원을 형사공탁하는 등 사죄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
김씨의 경우 동일한 하나의 행위로 아동복지법위반죄와 청소년성보호법위반죄 등 2개의 죄를 동시에 저지른 상상적 경합의 경우에 해당돼 두 죄중 법정형이 더 무거운 아동복지법위반죄로 처벌됐다.
김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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