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익법인에 주식기부시 면제한도 확대 추진
정부도 유연한 입장…올해 국회에서 법 개정 속도 낼 듯
그동안 기업들이 공익법인에 주식 기부시 부과되는 증여세 면제 한도를 상향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에 대해서까지 비과세 문턱을 넓혀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을 확대하는 법안이 여야 모두에서 제출될 예정이다. 한국판 ‘발렌베리 재단’ 탄생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기업들이 공익법인에 주식 기부시 면세 인정 비율을 대폭 늘리는 형태의 상속세 및 증여세 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이 개정안은 이미 공정거래법을 통해 공익법인의 우회지배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된 만큼, 공익법인에 대한 기업들의 주식 출연 면세 비율을 높여 주식 기부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는 기업들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려 해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의 제한을 받고 있다. 특히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경우 출연 내국법인 주식의 5%까지만 기부 시 면세가 적용된다. 일반 공익법인의 경우에는 10%이고, 자선ㆍ장학 또는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이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20%까지 면세된다.
박 의원은 상호출자제한집단의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임원 선임·해임, 정관변경, 인수합병(M&A) 관련 의결권만 남겨 둘 경우 15%,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50%까지 주식 출연 시 면세하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일반공익법인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50%까지 면세 한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공익법인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자선·장학·사회복지 외에도 과학기술이나 학문, 예술 문화 후원 등으로 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야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 가운데서도 관련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이 있어, 정기국회 세법 심사를 거쳐 입법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도 공익법인의 사회투자 활성화에 관한 법안 발의를 추진중이어서 법 통과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22대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공익법인 관련 개정 논의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20일 기획재정부와 함께 ‘상속세 및 증여세의 합리적인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증여세 면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위 위원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엔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해 우회적 지배구조를 확보하려는 것 때문에 과도하게 막았는데, (공익법인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우회적인 지배구조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출자할 수 있으니 (면세) 제한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야에서 입법안을 검토중이고, 관련 특위도 입법 방침을 밝힘에 따라 공익법인의 주식출연 면세 비율 확대는 올해 국회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회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우회 지배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상호출자제한집단 내 기업에 대한 면세 비율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송언석,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21대 국회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통해 비과세 주식보유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검토보고에서 기획재정부 등은 입법과 관련해 "추가적인 상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익법인을 통한 대주주의 경영지배 및 편법 승계를 방지하기 위해 주식보유한도를 두는 동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주식보유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020년 이후 국회를 통과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공익법인에 대한 관리 규정을 강화하고, 정교화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공익법인에 대한 분류체계 변경,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출연재산가액에 대한 의무지출비율을 법률로 상향하는 내용, 공익법인 등의 회계감사 의무 위반에 대한 가산세 신설 등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때마다 공익법인 관련 부분이 바뀌었는데 대체로 매년 사후 관리 의무를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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