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반도체·전기車 등 신공장 건설 672조원
주택·사무실·쇼핑몰 등 도시 인프라 구축 움직임
고금리·늦어진 공사 기한 살피며 개발 속도 조절
미국 남부의 '선벨트' 지역에서 부동산 투자 붐이 일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를 비롯한 제조업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주택, 사무실, 쇼핑단지 형성에 관심이 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금리에 공장 건설이 다소 더뎌지고 있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부동산 분석 회사인 그린스트리트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에 반도체, 전기자동차(EV)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데 약 5000억달러(약 672조원)를 투자했다며 부동산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JLL의 메타브 란다와 산업연구부문 책임은 "부지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벨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이다. TSMC는 애리조나 부지에 650억달러를 투입해 공장 3개를 짓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여기에 보조금 11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공장 건설과 관련해 애리조나주 정부는 지난 5월 인근 부지 입찰을 진행했고, 부동산 투자업체인 맥부동산그룹과 맥코트파트너스의 한 계열사가 2300에이커(약 930만80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이를 추진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리차드 맥은 "우리의 비전은 일자리가 생긴 곳에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6~12개월 내로 초기 작업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매입 부지 중 600에이커를 활용해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위한 호텔과 식당을 가장 먼저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택건설회사인 레나와 또 다른 주택건설업체인 매타미홈즈 등도 애리조나 부동산을 사들이며 인근에 수백채의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다만 TSMC의 공장 건설 자체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TSMC는 당초 내년에 1기 공장을 가동하겠다고 했으나 공사와 근로자 교육 등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를 결정한 이후 금리가 크게 올랐고 건설 인력 확보가 어려워 공사가 늦어지는 등 초기 계획과는 다른 일이 이어지면서 인근 상업시설이나 주택 부지 개발도 속도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TSMC 외에 다른 공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드자동차와 SK온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주도 부동산 개발 움직임이 늘었다. 포드가 2027년까지 트럭 생산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공장이 세워지면 직원 6000명이 인근에 거주하면서 소비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개발 자체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빌 롤스 테네시주 브라운스빌 시장은 인근의 농지 가격이 세 배나 올랐다면서 부동산 개발자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가 내려가길 기다리는 개발자들이 거래를 다소 천천히 진행하고 있다며 "무엇을 하겠다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하느냐가 문제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뉴욕 시러큐스 인근에도 1700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와 호텔 6개, 쇼핑몰을 짓겠다고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나왔다. WSJ는 "원격근무 확산으로 도시 내 사무실 시장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소매 부동산 부문도 축소된 상태에서 새로운 부동산 프로젝트가 개발업체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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