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0월까지 병원 등 150여곳 설문조사
비용·의료진 수 등 확인…고이케 도지사 공약
무통주사 사용 비율 韓 60% 日 11%
일본 도쿄도가 분만할 때 산모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무통 주사 사용 실태 조사에 나선다. '여성이 고통을 겪어야 비로소 어머니가 된다'는 통념 탓에 무통분만을 꺼리던 분위기가 점차 바뀌면서 비급여 항목이었던 무통 주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도는 다음 달까지 산부인과와 진료소 등 150여곳을 대상으로 무통분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분만에 참여하는 의료진 수와 무통분만 실시 건수, 무통분만 시 비용, 제왕절개 시 대응 등에 대해 조사한다. 지난 7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내놓은 공약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조사다.
무통 주사는 분만 시 산모의 진통과 산통을 줄여주기 위해 척추에 주사하는 마취다. 통증 완화 효과가 1~2시간 정도 지속된다. 한국의 무통분만 비율은 약 60% 수준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는 비율이 한국보다 높으며 중국도 30%대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이 2020년 실시한 조사에서 무통분만 비율은 8.6%로 집계됐다. 2008년 2.6%에서 비율이 높아졌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는 무통분만 비율이 많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일본 산부인과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이 비율은 11%를 기록했는데, 도쿄도의 경우 30% 정도로 일본 도도부현(都道府?·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도쿄도는 일본의 무통분만 비율이 낮은 이유가 경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쿄도 내 공공 병원에서 출산하면 평균 비용이 2022년 기준 56만엔(약 526만원) 수준이지만, 무통분만을 하면 10만~20엔 정도 추가 비용이 든다. 실제 일본 산부인과의회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2명은 비용이 많이 들어 무통분만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일본 내 사회적 분위기도 무통분만이 그동안 더디게 확산했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산케이신문은 '산통을 견디는 것이 미덕', '산통을 수반하지 않으면 아기에 대한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통념이 그동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도쿄도 외에 일본 정부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과 무통분만을 포함한 출산 비용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내년 초까지 논의 내용을 취합해 정리할 계획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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