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보고서
출범 후 전세계 1인당 소득 65% 증가
중·저소득 국가는 같은 기간 3배 늘어
보호무역 국가 간 빈부격차 확대 우려
관세 인상과 같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최빈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지난 30년가량 선진국과 빈곤국 간 빈부 격차를 완화해 온 자유무역이 위협받으면서 앞으로 이들 경제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9일(현지시간) WTO는 연례 포럼을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자유무역이 빈곤과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WTO가 출범한 지난 1995년부터 2023년까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1인당 소득은 전 세계 기준 약 65% 증가했다. 반면 저소득 국가와 중위 소득 국가의 1인당 소득은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극빈층으로 분류된 이들의 비율은 같은 기간 40.3%에서 10.6%로 하락했다. 저소득 국가와 중위 소득 국가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38%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무역과 WTO와 같은 기구가 빈곤국가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현재 널리 퍼져 있는 관념을 반박한다"고 주장했다.
WTO는 저소득 국가는 외국인 투자와 그 투자로 창출되는 무역에 의존해 선진 기술에 접근하고 있어 무역장벽이 높아질 경우 이들 국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저소득 경제는 기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압박 속에 글로벌 경제가 지속해서 단절되면 저소득 경제들이 불균형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흐름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자칭 '관세맨'인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시 전 세계 수입품에 10% 보편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60% 초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해 무역장벽 강화를 예고했다. 이 같은 관세 인상은 각국의 보복관세를 초래하며 선진국 경제에도 큰 부담을 낳을 것이란 게 WTO의 관측이다.
보고서는 "교역을 제한하는 것은 사회 특정 집단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전형적으로 값비싼 방법"이라며 "생산비용을 높이고 불만을 품은 교역 상대방으로부터 값비싼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무역이 빈부 격차를 더 확대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응고지 총장은 이와 관련해 교역이 소득 격차를 완전히 해소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응고지 총장은 "각국은 가능한 많은 시민이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시장에서 창출된 기회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며 "더 많은 경제와 지역사회를 주변부에서 세계 경제 주류로 끌어들이고, 더 많은 무역을 촉진할 수 있는 투자를 유치하도록 돕는 것이 모두를 위한 세계 경제로 나아가는 유망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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