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9월 경제동향 발표
내수 부진 전망 10개월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가 부진한 데다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며 내수 적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내수 개선 조짐이 있다고 보는 정부 평가와 반대된다.
KDI는 이날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내수 둔화·부진 진단을 해오고 있는 KDI는 이달 역시 내수 우려를 표하며 경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최근 들어 내수 회복 조짐을 내다보는 가운데 계속 결이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KDI는 "ICT 중심으로 수출이 견실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으나 소매판매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내수 기업의 업황 전망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또 "상품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고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며 소비는 미약한 흐름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실제 상품 소비를 반영하는 소매판매는 지난 7월 기준 2.1% 감소하며 6월(-3.6%)보다는 낙폭을 줄였지만 대다수 품목에서 여전히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KDI 평가다. 서비스 소비도 정보통신업(5.0%) 생산이 늘었지만 숙박·음식점업(-3.0%),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0.7%) 등 생산은 부진했다.
고금리 기조로 설비투자 회복에 제약이 있는 가운데 최근 설비투자지수가 증가세로 전환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7월 설비투자는 18.5%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세부적으로 항공기 등 투자 급증으로 운송장비(64.9%)가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KDI는 "설비투자 선행지수를 감안하면 높은 증가 폭은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7월 국내기계수주(-13.1%→14.5%)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8월 운송장비 수입액(82.5%→5.3%) 증가 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월과 마찬가지로 5.3% 감소세를 보였다. KDI는 "선행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8월 수출액은 ICT 품목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며 11.4% 늘었다. 자동차(-4.3%)가 줄었지만 ICT 품목(39.3%)이 수출 회복을 주도했다. 수입은 에너지 자원을 제외한 부문의 증가세 둔화로 전월(10.5%)보다 낮은 6.0% 증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8억3000만달러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KDI 평가다. 실제 8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2.6%)보다 낮은 2.0% 상승률을 기록했다. KDI는 "최근 두바이유 가격 하락은 향후 물가 상승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DI는 세계 경제와 관련해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제조업 경기 불안 등 하방 위험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고 짚었다. 또 "국제 금융 시장은 8월 들어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와 금리 인하 전망 강화 등에 힘입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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