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오물풍선 1300개, 폭주하듯이 살포
9·9절 맞아 군사적 도발로 수위 높일 가능성
'통일 독트린' 언급 못해 도발로 답 대신하나
북한이 최근 닷새간 1300개에 달하는 '오물풍선'을 폭주하듯이 살포했다. 9·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76주년을 맞아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0일 오물풍선 부양 이후 한 달 가까이 침묵했다. 그간 거세게 반발했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 프리덤 실드) 기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달 4일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한 뒤 전날까지 날마다 쓰레기를 날렸다. 풍선을 부양할 때 고려해야 할 풍향까지 무시했다. 군 당국이 식별한 오물풍선은 1250여개로 집계됐다.
북한은 표면상 우리 측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대남 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통일 개념을 폐기했지만, 지금껏 주민에게 이렇다 할 명분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 독트린'을 직접 거론하는 것마저 부담스러운 만큼 '도발'로 답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 패턴을 보면 군사적 도발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5월 28일 쓰레기를 날린 뒤 이틀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6월 25일에도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이튿날 탄도미사일 1발을 쐈고, 다시 닷새 만인 7월 1일 미사일을 2발 발사했다.
이달 초부터 북한이 '비난 담화'를 재개했다는 점도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전날에도 북한 외무성은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과 한미 제1차 핵협의그룹(NCG) 모의연습(TTS) 등을 싸잡아 비난하며 "미국의 핵 위협 공갈"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덕훈 내각총리 등 주요 간부들은 전날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아 헌화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행사 이후 참배하지 않고 있다. 평양에선 9·9절을 기념하는 경축 집회·야회 등 행사가 진행됐으나, 이 역시 김 위원장은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48년 9월 9일 김일성을 내각 수반으로 하는 정권을 출범하고 이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로 규정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국가'를 강조하면서 9·9절을 더 부각하고 있으며, 올해는 정주년(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데도 비교적 성대한 행사가 치러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한강 노벨문학상 쾌거…"예견됐던 일…시기가 빨라...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