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진행 중인 론스타, 쉰들러, 엘리엇
최종 패소 시 혈세 증발 더 커질 수 있어
법무부가 지난 5일 2심에서 패소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와 관련해 지금까지 총 652억6500만원 상당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쉰들러, 다야니, 론스타 사건의 최종 패소 시 물어줘야 할 금액을 제외한 돈으로 론스타의 1600억원대 세금 반환 청구 소송(1·2심 패소) 비용까지 감안하면 ‘국민 혈세’가 천문학적으로 증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9월1일까지 법무부가 ISDS 관련해 집행한 예산은 총 652억원에 달한다. 법무부의 ISDS 관련 예산 집행액은 2013년 47억원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105억, 223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가 2020년부터는 20~5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투자 상대국 법령이나 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거나 투자 상대국이 협정상 의무나 계약을 위반해 손해를 본 경우 해당 투자기업이 아닌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부터 ISDS 조항이 도입됐다. 정치 논리를 경제에 적용하거나 국가의 민간경제 개입이 많은 나라일수록 ISDS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 정부 상대 ISDS 제기 건수는 총 10건이다. 이 중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일부 패소가 확정된 건은 7건이다. 우선 이란 다야니가(家) 측에서 배상금 미지급을 놓고 제기한 7억7000만파운드 상당의 소송이 진행 중(2021년 10월 제기)이다. 미국 국적 투자자가 부산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부동산 수용을 놓고 제기한 청구 금액 537만달러 상당의 ISD도 진행 절차(2021년 5월 제기)에 있다.
스위스 승강기 제조업체인 신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당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했는데 한국 금융감독원이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10월 제기한 2억2000만달러 규모의 ISD건도 걸려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메이슨이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의 삼성물산 합병건 투표 찬성 압력 행사를 이유로 각각 제기한 7억7000만달러, 2억달러의 ISD도 판정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다.
반면 정부가 전부 승소한 사건은 2건, 소송 취하된 건은 1건에 불과하다. 2018년 미국 투자자가 국토부 등의 주택 수용을 이유로 제기한 300만달러의 ISD에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 2020년 중국 투자자가 우리은행의 담보권 실행과 민·형사법원 부당 재판을 이유로 제기한 1억9000만달러의 소송에서도 정부가 이겼다.
현대오일뱅크 주식 매각 과정에서 법인세를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국내 세무 당국을 상대로 제기됐던 ISD에서는 아부다비 국제석유투자공사(IPICI)와 자회사 하노칼 등이 소송 취하 의사를 밝히면서 정리됐다.
한 로펌의 국제중재 변호사는 “ISDS 투자 관련 조항들은 실제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쉽게 제기할 수 없다”며 “배상책임을 다투는 문제로 보기보다 투자 가능 시장으로서 한국의 신뢰도를 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ISDS 소송 대응 전략을 더욱 기민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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