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文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집권해 나라 혼란, 국민 걱정" 입 모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김정숙) 여사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 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최근 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이 대표의 지시로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친명(친이재명)계 3선 김영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검찰개혁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주고받았으며, "검찰권이 흉기가 되고 정치 보복의 수단이 되는 현실에 공감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불안을 키워 국민의 걱정이 크다'는 데 공감했다"라고도 말했다.
오후 2시부터 50분간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는 민주당의 재집권과 관련한 대화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며 "민생과 정치뿐만 아니라 안보와 국방 문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난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에서 45%를 얻었다"며 "재집권을 위해 지지 기반을 넓히는 작업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내 통합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조 수석대변인은 "가짜뉴스 등으로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데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공감을 이뤘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평산마을 예방은 지난 2월 신년 인사차 방문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만나 잠시 환담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양산 방문에 앞서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권 여사는 "일련의 상황이 걱정되니 당이 잘 대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에 이 대표는 "당에서 중심을 잡고 잘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이 담긴 부채를 선물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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