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힙(Text Hip)' 신조어 등장
트렌디한 문화로 떠오른 독서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글자를 뜻하는 영단어 '텍스트'와 개성 있다는 의미의 '힙하다'를 합친 용어로, 책과 독서를 트렌디한 문화로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튜브, 쇼츠 등의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다 보니 오히려 활자의 매력이 돋보이는 책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독서를 인증하는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등의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성인 10명 중 6명,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다
독서가 힙한 문화가 된 배경에는 저조한 성인 독서율이 영향을 미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량이 1.7권에 불과했다. 도서 구입량은 종이책의 경우 1.0권, 전자책은 1.2권이었다.
특히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격년)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처음 조사가 이뤄진 1994년까지만 하더라도 86.8%에 달했다. 하지만 전자책이 통계에 포함된 2013년(72.2%)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매번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다만 20대 청년층의 독서율은 78.1%로 모든 성인 연령층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다. 과거 독서는 고리타분한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소수만 즐기는 독서 문화가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 행위로 여겨지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책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 게시물 잇달아
상황이 이렇자 SNS에서도 텍스트힙 관련 게시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책스타그램'과 '북스타그램'을 검색하면 각각 613만, 605만여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들은 독립서점을 방문해 책을 구입하거나 필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신의 독서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책을 읽고 스스로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타인이 볼 수 있는 SNS에 독서를 인증하는 행위는 이제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독서로 소통하는 독서 모임도 인기다. 5000명의 회원을 확보한 오프라인 독서 모임 '트레바리'와 출판사 민음사의 북클럽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민음사의 북클럽은 신규회원 모집 하루 만에 5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텍스트힙'의 인기는 숏폼 등 자극적 콘텐츠에 지친 세대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책을 소비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는 직장인 오모씨(29)는 "유튜브만 보다 보니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퇴근하고 일부러 독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치거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며 "남들에게 좋은 구절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책이 내 상황을 대변할 때도 있어서 기록하고 싶어 올린다"고 덧붙였다.
英 매체도 "Z세대 다시 종이책에 주목" 보도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영국 매체 가디언은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Z세대가 다시 종이책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Z세대 독서 습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기 틱톡 계정 '침대 옆 책들(Books on the Bedside)'의 공동 창립자 할리 브라운(Hali Brown)은 "Z세대의 독서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며, 특히 문학 소설, 회고록, 번역 소설, 고전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에선 6억6900만권의 종이책이 판매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닐슨 북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영국에서 판매된 도서 중 80%는 Z세대가 선호하는 책이었고, 영국의 도서관 방문자 숫자도 7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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