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축소에 응급실 혼선 속출해
의정 갈등이 6개월 넘게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는 등의 안타까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5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 도로에서 차선 변경 중 버스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이 환자는 청주권 병원 4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했다. 수혈, 기관 내 삽관 등 응급 처치를 사고 약 40분 만에 받았다.
이후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됐다. 사고 4시간30여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 34분께 약 120㎞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다. 이송이 더 지체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환자 의식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조선대학교 교정에서는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여대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이송 가능한지 문의하는 119 구급대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결국 중태에 빠졌다.
지난달 4일에는 경기지역에서 만 2세 여아가 열경련으로 쓰러져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뒤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건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이날부터 응급실 축소 진료가 시작됐는데, 접수 자체를 거부당해 발길을 돌린 경증 환자들로 인해 혼선을 겪기도 했다. 아주대병원은 전문의 공백을 메워온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로 인해 피로가 커졌다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심폐소생술 등을 필요로 하는 초중증 환자만 받는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의료공백 상태가 발생한 올해 들어 6월10일까지 119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17건이나 된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연간 기록을 웃도는 것.
2차례 재이송 사례는 올해 상반기 78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년간(84건)의 기록을 거의 따라잡은 수치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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