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1분만에 합성하고 워터마크는 싹둑…중고거래 '인증샷' 파고든 딥페이크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사진 합성 가능
"워터마크 의무화 및 처벌 강화해야"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씨(25)는 지난달 게임 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 글을 올렸다. 박씨는 며칠 뒤 원하는 금액에 맞춰줄 수 있다는 판매자 연락을 받고, 인증을 위해 종이에 이름을 적어서 거래하려는 제품 위에 올린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3분여 만에 요구한 사진이 도착했고, 박씨는 판매자의 계좌로 3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입금 이후 판매자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대로 잠적했다. 박씨는 "학창 시절부터 중고거래 경험이 많아 단 한 번도 사기를 당해본 적이 없었는데 황당하다"며 "인증 사진을 받았는데 이게 조작됐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직접 휴대전화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합성을 시도해봤다. 왼쪽이 실제 제품 위에 손을 두고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제품만 있는 사진과 손을 따로 촬영해 합성한 사진이다.[사진=염다연기자]

기자가 직접 휴대전화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합성을 시도해봤다. 왼쪽이 실제 제품 위에 손을 두고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제품만 있는 사진과 손을 따로 촬영해 합성한 사진이다.[사진=염다연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박씨의 사례와 같은 사기 수법에 당하는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의 사기 범죄는 매년 있었지만, 그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딥페이크와 같은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통해 제품 인증 사진은 물론 신분증까지 위조할 수 있어 사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사이버 사기 발생 건수는 77만4959건에 달한다. 온라인 사기 범죄의 대부분은 중고거래로, 거래가 간편해지고 접근성이 좋아지다 보니 이를 이용한 사기 범죄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기간에만 접수된 피해 사례는 24만508건, 피해 금액은 2327억6212만원에 달한다. 중고거래의 경우 소액 사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통상 온라인 중고거래 시에는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실물 인증 사진을 요구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및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나 거래 일시를 포스트잇에 적어 제품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받아봄으로써 실제로 거래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절차다. 그러나 판매자가 타인이 올린 사진이나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도용해 구매자 요구에 맞춰 합성하는 등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에도 사진을 합성한 사기 행위는 있었지만, 이젠 누구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손쉽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1분만에 합성하고 워터마크는 싹둑…중고거래 '인증샷' 파고든 딥페이크 원본보기 아이콘

실제로 휴대전화에 기본으로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도 사진을 합성할 수 있을 정도로 방법도 간단했다.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손 사진과 제품만 있는 사진을 각각 촬영했다. 두 사진을 합성한 가짜 사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감쪽같이 완성됐다. 실제로 제품 위에 손을 올리고 찍은 사진과 비교해봐도 색감 외에 큰 차이가 없었다. 포토샵 등 고급 기술 없이도 몇 번의 터치만으로 그림자나 음영까지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AI로 생성된 이미지는 하단에 워터마크(식별표시)가 생기지만, 해당 부분을 크기를 조정해 잘라버리면 흔적 없이 지울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워터마크 의무화와 딥페이크 관련 처벌 규정 도입이 논의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딥페이크 기술이 지금까지 선거나 성범죄에 이용돼왔다면 앞으로는 중고거래 등 사회 전반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워터마크를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용한 거래 사기 등 범죄로 이어질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입법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생성된 이미지임을 나타내는 워터마크를 삭제할 수 없도록 하고, 플랫폼 차원에서도 이를 강제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워터마크를 지울 경우 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고 가중처벌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있는데 국내에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