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현 라파스 대표 인터뷰
'미세바늘'로 간단하게 주사 가능
비만약, 백신, 알러지약 등 개발
"비만약 연내 임상 1상 결과 나와"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피부에 마이크로 니들 패치로 붙일 수 있도록 개량한 제품의 임상 1상 결과가 올해 나옵니다. 마이크로 니들을 활용해 편안하게 투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26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마이크로 니들(미세 주사바늘)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을 강조하며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라파스는 정 대표가 마이크로 니들 패치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06년 설립했다. 마이크로 니들은 길이 1㎜ 이하의 미세 바늘이 붙은 패치를 피부에 붙여 통증 없이 약물을 투약하는 기술이다.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붙이면 주사 두려움으로 인해 실신까지 하는 '주사공포증' 환자도 편안하게 투약할 수 있다. 안전성도 높다. 정 대표는 "주사는 약물이 갑자기 많이 들어가면 쇼크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며 "마이크로니들은 흡수 속도를 조절해서 만들 수 있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공급을 저해했던 콜드체인(냉장·냉동 유통) 등의 문제도 해결된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은 유효성분을 고체화하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2년 이상 보관·유통이 가능하다"며 "mRNA 백신도 상온에서 보관·유통이 가능하다는 기본 연구를 진행해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회사 이름에 창업 목표를 담았다. '라파'는 히브리어로 '회복'을 뜻한다. 여기에 치유 약물을 전달하는 통로(path)를 합쳐 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사에 걸맞는 '치유의 길'이라는 뜻의 라파스라는 이름을 지었다.
정 대표는 "주사제를 대체하기 위해 마이크로니들 외에도 먹는 약, 코점막 스프레이, 파스형 패치 등 다양한 제형이 나와있으나 마이크로 니들의 경쟁력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먹는 약은 간편하지만 위와 장을 거쳐야 해 소화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스프레이는 흡수가 빠르지만 약물의 종류에 한계가 있고, 파스형 패치는 화학적으로 피부장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붙이면 가려운 등의 단점이 있다"며 "마이크로 니들은 피부 손상 없이 모든 약물의 투약이 가능하고, 부작용의 우려도 적다"고 말했다.
라파스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의 의약품 적용에 앞서 여드름 패치 등 다양한 미용 제품으로 출시했다. 정 대표는 "마이크로 니들을 의약품까지 적용해 임상시험까지 진행한 회사는 한국에서 라파스가 유일하다"며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다.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은 비만 치료제다. 올해 안에 임상 1상 시험 결과가 나온다.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마이크로 니들 제형으로 바꿨다. 위고비는 환자가 자기 복부에 주사를 찔러야 하는 피하주사 제형으로만 나와 있다. 정 대표는 "위고비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6년을 상업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며 "동물실험에서 위고비와 유사한 약동학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임상 1상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알레르기 비염 면역치료제의 임상 1상이 진행 중이고, B형간염과 독감 백신도 임상 진입 대기중이다. 이 중 면역질환은 특정 물질에 우리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게 원인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질에 우리 몸을 주기적으로 노출해 지나친 면역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정 대표는 "현재는 주사로 물질을 투약해야 해 농도 조절 등이 까다로웠다"며 "마이크로니들을 쓰면 위험은 줄이면서 간편히 투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을 뒷받침할 생산력도 갖췄다. 현재 천안공장은 연간 1000만개 이상의 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공정에서도 라파스 고유의 '방울 확장(DEN)' 공정을 접목해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그는 "현재 의약품 R&D 투자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이미 화장품 사업 부문은 영업이익률 20% 수준의 흑자"라며 "2분기에는 전사적으로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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