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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며 홍보 효과까지"…주변 상권도 먹여 살리는 '아이돌 팬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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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팬도 찾아…파급 효과
2023년 국내 팬덤 규모 8조원
"관련 산업 더 커질 것"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작은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에 걸린 그룹 세븐틴 멤버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소지품 보관함엔 멤버들의 얼굴로 제작한 열쇠고리들이 달랑거렸다. 이곳은 그룹 세븐틴의 멤버 '에스쿱스'의 생일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미용실이다. 매장 곳곳엔 세븐틴의 2년 차 열혈 팬이자 헤어디자이너인 박선유씨(32)의 손길이 묻어 있다.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공간은 '샴푸실'이다. 박씨는 이곳에 빔프로젝터와 조명을 설치해 작은 영화관처럼 꾸몄다. 아이돌 멤버의 콘서트와 음악 방송 영상을 띄워 손님들이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 박선유씨가 운영하는 미용실 한 켠에 팬들을 위한 시청 공간이 마련돼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서울 마포구 박선유씨가 운영하는 미용실 한 켠에 팬들을 위한 시청 공간이 마련돼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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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곳곳은 작은 전시관을 연상케 한다. 손님 대기 공간엔 멤버들이 화보 촬영 당시 사용한 소품, 앨범과 스티커, 포스터들이 빼곡하게 전시돼있다. 팬들만 알아볼 수 있는 숨겨진 세심함을 찾는 것도 재미다. 박씨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는 그룹 세븐틴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제품들로만 구성됐다. 매장 바닥은 팬클럽 공식 색상인 '로즈쿼츠 세레니티'로 꾸몄다. 박씨는 "매장에 방문한 팬들이 모두 신기하게 둘러보고 곳곳을 사진 찍는다"며 "같은 관심사를 주제로 다양한 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함께 '덕질'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매장 홍보 효과까지 볼 수 있는 건 일석이조다. 한번 생일 이벤트를 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네덜란드, 캐나다 등 해외 팬까지 방문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박씨는 "직접 굿즈를 제작해 팬분들께 제공하고 팬클럽인 '캐럿'을 대상으로 전체 시술 20~30% 할인 이벤트까지 열다 보니 생각보다 수익이 많이 남진 않는다"면서도 "온라인을 통해 각국 해외 팬들까지 방문할 정도로 입소문 효과는 크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박선유씨가 운영하는 미용실 한 켠에 팬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서울 마포구 박선유씨가 운영하는 미용실 한 켠에 팬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있다.[사진=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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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매장도 덩달아 매출 상승효과를 누린다. 또 다른 아이돌 멤버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는 오전부터 매장을 찾은 팬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인근 매장에도 부채와 스티커 등 아이돌 멤버의 굿즈를 든 팬들로 덩달아 분주했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45)는 "이쪽에서 생일 카페가 종종 운영되는데, 줄이 길면 사람들이 간단하게 분식을 먹거나 나오는 길에 우리 집에 들르는 것 같다"며 "동종 업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확실히 득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팬덤 문화가 다양해짐에 따라 관련 산업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며 경제적 효과 역시 증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아이돌 팬덤 산업 규모는 약 8조원으로 해외 팬덤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장 주인 입장에선 팬들이 따로 음료나 음식을 주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가게가 공유되고 입소문을 타는 홍보 효과로 인한 이점이 충분하다"며 "동종 업종의 경우 손님을 빼앗기는 등의 불리함이 있겠지만, 인근에 있는 대다수 매장이 팬덤으로 인해 덩달아 매출 상승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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