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욕실은 놀이 공간이자 효도의 공간"
소형 이동식 모듈러 공중목욕탕, "전국 모든 노인시설 설치 목표"
카림 라시드 디자인 'MZ용 욕실' "곧 나와, 세상이 놀랄 것 기대"
"욕실은 온 가족이 함께 쓰는 공간이지만, 집은 키워도 욕실은 그대로다."
30~40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100평 넘는 펜트하우스가 넘쳐나도 욕실(Bathroom)은 '뒷간'이나 '변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인식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74)의 지론이다.
정 대표는 자타공인 욕실 전문가다. 1990년 새턴바스의 전신인 새턴기업을 창업한 이후 줄곧 한길만 걸어왔다. 그의 욕실 사랑은 각각 국내 1호가 된 '모듈러(Modular) 욕실'과 '소형 이동식 모듈러 공중목욕탕'을 개발하는 등 기술을 인정받는 국내 대표 중소기업이 됐다.
1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욕실은 업(業)이자 숙명"이라고 했다. 욕실은 부모가 아이를 씻기는 놀이의 공간이며, 자식이 부모를 씻기는 효도의 공간으로 가족이 함께 쓰는 집 안의 나눔 공간이다. 과거 이 역할을 해왔던 대중목욕탕이 거의 사라지고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함께 쓰며 특별한 감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 대표는 "욕실에 들어갈 때는 호텔에 들어가는 느낌으로, 침실에서 화장실로 들어갈 때는 놀이공간에 가는 느낌이 들도록 욕실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가족이 욕실을 함께 사용하는 놀이공간, 쉼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사는 그 집이 나이 들어도 노인시설로 옮겨가지 않고 편하게 여생을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AIP)'가 된다. 그 선결 조건이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집'이다. 휠체어를 타고 집 안 곳곳을, 돌봄 로봇이 못 가는 곳 없이 집 안을 누빌 수 있는 단차(턱)가 없는 집, 노인 친화형 욕실이 있는 집이 돼야 한다.
'소형 이동식 모듈러 공중목욕탕'이 개발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로 3m, 세로 7m로 6~7평 규모의 5인용의 이 목욕탕은 올 연말 완성된다. 자신의 고향인 충북 진천군과 새턴바스 공장이 있는 경기 포천시의 노인시설에 우선 기증하고, 이후 우수제품으로 조달청에 등록해 앞으로 전국의 모든 노인시설에는 이 목욕탕을 설치하는 것이 정 대표의 목표다.
이 목욕탕에서는 스팀사우나, 셀프샤워기, 월풀 욕조에 에어풀 등 초일류 호텔에서나 가능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미끄럼방지 매트와 안전바 등 보조기구들이 함께 설치돼 누구나 케어받지 않고도 목욕을 즐길 수 있게 제작됐다. 그는 "모듈러로 제작된 공중목욕탕이라 양지바른 마당이나 캠핑장 등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면서 "전국의 모든 노인시설에 새턴바스의 공중목욕탕을 설치, 노인들이 편안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턴바스가 만들 'MZ용 욕실'도 주목된다. 영국의 세계적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에게 의뢰, 조만간 디자인이 완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올 초 처음 제안했을 때 '재밌겠다'면서 카림이 직접 선택한 시안이 MZ세대의 욕실이었다"면서 "수주 이내 완성될 것이다. 세상이 놀랄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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