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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美도 마음이 급한데‥슈퍼컴6호기 지연 더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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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경제 연관 국력 상징
中 질주 우려에 美는 5배 뛰어난 슈퍼컴 도입 추진
韓 품귀 GPU 확보 적극 나서야

[과학을 읽다]美도 마음이 급한데‥슈퍼컴6호기 지연 더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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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는 어느 나라에 있을까. 명목상으로는 단연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Frontier)’다.


그러나 학계, 산업계에서는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일까.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보유한 컴퓨터의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의심에서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양국 간 슈퍼컴퓨터 성능 경쟁이 치열했다. 심지어 양측이 협력해 컴퓨터 성능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까지 했다.

미국 측이 슈퍼컴퓨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제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슈퍼컴퓨터의 동향은 CPU보다도 GPU에 쏠린다. 엔비디아의 첨단 GPU를 대량으로 사용해야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도 GPU의 필요성을 더욱 키운다. 미국이 CPU에 이어 최신 엔비디아 GPU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학계는 입을 모은다.


슈퍼컴퓨터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슈퍼컴퓨터들은 신약 개발, 기후변화 등 과학은 물론 핵무기, 첨단 스텔스 전투기, 미사일 등 국방 분야에서도 맹활약한다. 슈퍼컴퓨터 성능이 국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슈퍼컴퓨터 개발을 포기한 걸까. 학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슈퍼컴퓨터 성능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직접 밝히지 않더라고 해도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추정이 가능하다. 논문상으로는 이미 중국의 슈퍼컴퓨터는 프런티어에 앞서고 있다. 톈허3, 톈허싱이, 썬웨이 컴퓨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은 1990년대 미국이 개발한 ‘알파’ 칩 라이선스를 확보한 후 개선해 슈퍼컴퓨터에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알려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문으로 떠돌던 내용을 보도한 후 미국 측도 급해졌다. 오크리지연구소는 최근 IT 업체에 이달 말까지 프런티어 대비 3~5배가량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디스커버리’ 슈퍼컴퓨터 제안서를 제출해 달라고 공고했다. 디스커버리는 2027년이나 2028년 초 가동이 목표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육성하겠다면서 야심 차게 선정한 ‘글로벌 톱 전략단’사업에 선정된 ‘소형모듈원전(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개발사업단’은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을 전제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컴퓨터가 언제 도입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는 지난해 시대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입찰에 나섰다가 GPU 가격 급등으로 컴퓨터 기업들의 외면을 받았다. GPU를 확보하겠다는 과기정통부 차원의 적극적인 의지도 경쟁국에 못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 GPU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지금 같은 대응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AI를 써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학자로서 슈퍼컴퓨터를 통한 연구는 경험하지 않았을까. 수장이 바뀌어야 과기정통부도 시대에 뒤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까.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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