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대 한인 여성, 뉴저지 자택서 경찰 총격에 숨져…과잉대응 논란

조울증 증세로 구급차 요청…경찰이 현관문 부수고 진입
뉴저지주 검찰 조사중…투명한 진상조사 필요

미국 뉴저지주에서 조울증을 앓던 20대 한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숨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뉴저지 주 당국의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뉴저지한인회, 피해자 측 변호사, 뉴저지주 검찰 발표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포트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빅토리아 이(26)씨가 지난달 28일 새벽 1시30분께 자택으로 출동한 현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당일 이씨의 조울증 증세가 심해지자 가족은 이씨를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911에 구급차를 요청했다. 911 대응요원은 관련 규정상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씨는 경찰이 출동한다는 말에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소형 접이식 주머니칼을 손에 쥐었다. 가족은 경찰이 상황을 오해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911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구급대원 없이 경찰이 먼저 출동하자 가족은 상황 악화를 우려해 문을 열어주지 않고 이씨기 진정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경찰은 현관문을 부수고 이씨 집에 진입했고, 이씨를 향해 총격을 1회 가했다. 당시 이씨는 칼 대신 19ℓ 짜리 대형 생수통을 들고 있었다. 총알은 이씨 흉부를 관통했고, 이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새벽 1시58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이씨가 흉기를 소지하거나 출동 경찰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과잉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뉴저지 검찰 역시 현장에서 발견된 칼을 수거했다고 발표했으나 이씨 가족은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당시 주머니칼은 이씨 손이 아닌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저지주 검찰은 사건 발생 1주일 후 총격을 가한 경찰관 이름이 토니 피켄슨 주니어라고 공개했다. 관련 법규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대응했는지에 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자세한 사건 경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뉴저지한인회는 "병원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의 요청에 경찰이 무력을 먼저 사용한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극"이라며 주 당국에 경찰의 보디캠 영상 공개와 함께 투명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요청한 한인 양용 씨가 경찰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한인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