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피해 자매 편지 공개
모금 16일 만에 1억2000만원 모여
20년 전인 2004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후원자들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가 공개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밀양 사건 피해자 자매가 전한 편지를 '속 시원히 말할 용기를 준 당신께,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공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마주한 고난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십시일반 마음을 더해주신 후원자분들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는 피해 자매 두 분이 후원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보냈다"며 "두 분이 전해주신 마음을 여러분께도 보여드린다"고 밝혔다.
피해 자매는 편지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많은 분들, 친구, 자매, 이웃처럼 가까이에서 함께하듯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분들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사건이 재조명된 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살면서 정말 길었던 것 같다. 큰 힘 보태주신 여러분 덕분에 처음으로 저희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 이들은 "(후원자들의) 메시지와 성함을 보면서 울컥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많은 기분이 느껴졌다"면서 "저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용기와 희망이 생기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6월 13~28일 성폭행 트라우마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위한 모금을 진행했다. 이 모금에는 3144명이 참여해 목표액의 4배가 넘는 1억2000만 원이 모였으며, 후원금은 모두 피해자의 생계비로 쓰일 예정이다. 상담소 측은 피해자의 손편지 본문 및 전문을 후원자들의 메일로 별도 발송할 것이라고 전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 지역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모두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단 10명만 기소했고, 나머지 34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는 가해자 전원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당시 성범죄는 범죄 피해자 등이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라 경찰이 피해자에게 고소 의견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왔다.
이 사건은 최근 몇몇 유튜버가 가해자들의 신상을 앞다퉈 공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일부 가해자들은 직장을 잃거나 직접 나서 사과하기도 했으나 피해자 동의 없이 사건 당사자의 정보까지 공개되면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보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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