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5시55분 허빙자오와 맞대결
"천위페이(중국·세계 2위)가 떨어졌다고 금메달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올림픽 금메달에 1승만을 남겨놓은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의 각오다. "다른 선수들도 잘하기 때문에 모두가 라이벌"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안세영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8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2-1(11-21·21-13·21-16)로 이겼다. 한국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뒤 28년 만에 이 종목 결승에 올랐다.
5일 오후 5시55분 열리는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 8강에서 안세영과 함께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천위페이를 물리친 다크호스다.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도 기권승으로 꺾었다. 상대 전적에선 안세영이 8승 5패로 앞선다. 하지만 조별 예선부터 8강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을 만큼 상승세가 매섭다. 준결승에서 기권승으로 체력까지 아껴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안세영은 상대적으로 힘겹게 결승에 올랐다. 8강에서 세계랭킹 6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게 1세트를 먼저 내주고 역전승했다. 준결승 흐름도 비슷했다. 시작하자마자 몸이 덜 풀렸는지 4연속 실점했고 한동안 반등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찬스볼을 허용해 스매시에 당하거나 리시브 실수를 반복했다.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거나 라인을 벗어나는 실수도 자주 보였다.
안세영은 2세트에서야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상대를 좌우 앞뒤로 흔들면서 스매시로 빈 곳을 정확히 찔렀다. 예리한 공격을 연달아 과시하며 8점 차로 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에서는 되찾은 공격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툰중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16-13으로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허를 찌르는 대각 스매시와 상대의 연속 범실 유도로 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그는 언제든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경기 뒤 "(첫 세트를 지면) 많이 부담스럽지만 정신은 더 번쩍 든다"며 "오히려 저를 계속 몰아붙이는 힘"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제가 너무 욕심이 많고 성급했다. 그런 경험들이 있다 보니까 (열세에서도) 편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다' '한 점씩 하다 보면 언젠가 따라잡을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하며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관문에서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 낭만 있게 끝내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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