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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면허제 검토에 고령 화물기사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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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토대로 조건부 면허 검토
해외, 야간운전·고속도로 금지
전문가 “개인 맞춤형 제한 필요”

"한 달에 고속도로만 20번 넘게 타요. 고위험 운전자가 되면 우리 가족은 수입이 끊겨요."

20년째 운수업계에 종사 중인 화물차 기사 강모씨(67)는 한 달 중 25일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강씨는 강원도 삼척에서 전국 각지로 건설 부자재와 사토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한다. 그런 강씨에게 조건부 면허 도입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소식이다.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강씨는 "질병에 걸리면 운전대를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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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찰이 교통사고 감소 차원에서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운수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연령과 관계없이 질병 등을 고려해 면허 부여를 고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고령 화물차 기사들은 생계 지장을 우려하고 있다.

조건부 면허는 일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사람에 한정해 운전 허용범위를 차등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고령자를 상대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과도한 이동권 침해라는 지적에 이를 철회했다.


다만 정부 방침에도 기사들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젊은 층에 비해 질병 발병률이 높아 고위험 운전자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는 항변이다.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화물차 기사 성모씨(72)는 "나이 든 기사들이 젊은 기사보다 신체 능력이 당연히 더 떨어지지 않겠냐"며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 가지만 생계가 달려있다 보니 고위험 운전자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운전 허용 범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야간 및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고위험 운전자로 분류된 운수업 종사자는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40년간 화물 트럭을 몰아온 홍모씨(68)는 "우리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새벽부터 밤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이 잦다"며 "야간 운전과 고속도로 운전이 금지되면 사실상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조건부 면허제도를 이동권 제한이 아닌 보장 차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고령자가 청년층보다 고위험 운전자로 분류될 빈도가 높을 수는 있다"면서도 "조건부 면허는 신체 능력 저하로 운전면허가 취소돼야 할 운전자에게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위험 운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반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장효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해외 일부 국가는 주치의가 운전자와 협의를 통해 당국에 신고하면 정부가 개인의 근무 시간을 고려해 운전 범위를 제한한다"며 "일률적 제도 적용보다는 운전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운전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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