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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업체·XX기업엔 절대 가지 마세요"…'전직금지약정'에 경쟁사 넣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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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회사 구체적 명시 늘어
소송 때 효력 인정 가능성↑
SK하이닉스 퇴사 후
마이크론 입사 법원서 제동
글로벌 기업 경쟁 심화 속
기업들 세세한 약정 더 늘듯

기술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첨단기업들이 만든 ‘전직금지약정서’에 특정 경쟁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정을 어기고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단순히 동종업체로 표기하는 것보다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은 임직원들이 서명하는 전직금지약정서에 경쟁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이 기업에 일정 기간 입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OO업체·XX기업엔 절대 가지 마세요"…'전직금지약정'에 경쟁사 넣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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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법원에서 SK하이닉스 전직 연구원 A씨에 대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도 구체적으로 경쟁업체를 명시한 약정 내용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A씨의 전직금지가처분 신청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SK하이닉스를 퇴사할 무렵인 2022년 7월 전직금지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서약서’에 서명했다. 전직금지약정서에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미국) 등 이직이 금지되는 경쟁사들이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었고 SK하이닉스는 A씨가 퇴직 후 2년간 이들 회사로 옮겨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A씨는 2001~2022년 SK하이닉스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1년도 안 돼 마이크론 임원으로 입사했다. 이 사실을 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A씨에 대해 전직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부장판사 김상훈)는 가면 안 되는 업체와 기간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 약정서의 효력을 인정하고 A씨의 전직을 막아달라는 SK하이닉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HBM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간의 점유율 등 격차,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한 필요성 등을 종합해 보면, 2년으로 정한 전직금지기간과 대상이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동종업체, 경쟁기업으로 명시하는 것보단 가면 안 되는 기업을 구체적으로 써야 관련 소송이 있을 때 전직금지약정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최근엔 다수 기업이 경쟁사 이름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금지약정은 기술유출을 막고자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2010년대부터 보편화됐다. 하지만 약정이 경쟁사 이름까지 쓸 정도로 구체화된 것은 최근의 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사 이름 명시를 촉구한 건 기업보다는 법조계였다. 법조계는 법원이 회사의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르게 만들어진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엄격하게 보는 경향을 보이면서 "약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업들은 미온적이었다. 기업들이 바뀐 건 최근 글로벌 기업 간 기술경쟁이 격화되고 국내외에서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게 크게 작용했다. 약정을 보다 세세하게 구성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해 발표한 각종 ‘산업기술 유출 현황’ 자료 등을 보면 기술이 유출되는 경로 중 퇴사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도 나타나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전직금지약정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기업들은 기술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뤄지는 징계, 소송 등 채찍 말고도 ‘당근’을 주는 제도들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임원이 퇴사하면 경쟁사로 이직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퇴사 시점 이후 3년간 연봉을 퇴직금과 함께 지급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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