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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김정은…'위험한 밀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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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주장한 김정은…푸틴은 "침략당하면"
전문가 "군사개입은 비약, 기존 협력 정당화"
김정은, 선대와 차별점 과시…정치적 포장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고 관계 격상에 나섰다. 유사시 러시아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담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의 군사적 밀착을 정당화한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홀로 '동맹'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해관계로만 손을 맞잡은 '위험한 브로맨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러 간에 새로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대해 유엔 헌장 51조를 언급하며 "방어적 입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유엔 헌장 51조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새로운 조약에 서명한 뒤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방어적 차원에 불과하다는 일종의 '해명'을 낸 셈이다.

푸틴과 김정은…'위험한 밀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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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새로운 조약은 상당한 관계 격상을 뜻한다. 다만, 그 수위를 두고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직후 "우리 두 나라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주장했지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엄밀히 말하면 동맹보다 낮은 수준이다.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는 단 한 차례도 '동맹'이라는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전문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핵심은 '어느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한다'는 조항이다. 이를 과거 소련 시절 '자동 군사개입'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원'과 '참전'은 그 개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지원'은 무기·식량 지원 등 포괄적 개념이고 '참전'은 말 그대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의미한다. 북한은 올해 들어 남측을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약속하면 한국을 적대국으로 마주하는 구도가 연출된다. 우리와 동맹인 미국이 남측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이나 핵 사용 우려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경고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군사개입 수준까지 관계가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적 협력이 증대될 우려를 주시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어느 우방국에도 핵심 기술을 내준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추진잠수함·전략핵잠수함 수준의 기술을 전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국빈 만찬 행사에서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방문을 마친 뒤 다음 행선지 베트남으로 출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국빈 만찬 행사에서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방문을 마친 뒤 다음 행선지 베트남으로 출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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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방북 과정 전반을 돌아봐도 러시아는 한발 물러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전에 크게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에 북한을 방문하되 ▲다른 국가와 연결하지 않고 단독으로 방문해주길 바라며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날짜에 맞춰 와달라는 것이다. 방북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중에서 러시아 측이 요구를 수용한 건 '상반기 중 방문' 하나뿐이다.


'지각 대장'이라는 악명도 여실히 증명했다. 우리 시간으로 새벽 2시를 넘긴 시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최고 수준의 '국빈 방문'에서 자정을 넘겨 도착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러시아가 북측에 양해를 구했을 거란 관측도 있지만, '북한 1호'가 새벽까지 공항에 홀로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은 북한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당초 1박 2일로 준비됐던 일정도 당일치기로 변경됐고,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단 '21시간'만 머물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전문가는 북·러 관계 격상에 대해 '기존의 군사적 협력을 정당화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은 "군사개입으로 해석하는 건 비약"이라며 "전장에 쓸 포탄이 급한 푸틴이 김정은을 어르고 달래준 차원"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물밑에서 해오던 군사 분야 협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차원이자, 김정은이 정치적 업적으로 삼을만한 정도"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의 이번 방북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용도로 십분 활용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세기 조·소 관계 시절과도 대비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일성·김정일 통치 시기보다 자기 시대에 이르러 북·러 관계가 최상으로 발전했다는 의미다. 최근 선대의 흔적들을 지워나가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포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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