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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연평균 30% '쑥쑥'…베트남 홀린 한국 과일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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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 연착륙 중인 K-소주
과일소주 강세…일반소주 시장 열 열쇠
베트남 타이빈성에 첫 해외 생산공장 건립

"평소 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편이라 저도수의 술을 선호하는데요, 과일소주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저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북동부의 '따히엔(Ta Hien)은 구시가지 중심에서 100m 걸쳐 펼쳐진 유흥 거리다. 줄줄이 들어선 주점과 빼곡하게 늘어선 좌판으로 가득한 이곳은 일명 '맥주 거리'로 불리며 관광객과 현지인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 10일 찾은 따히엔 맥주 거리는 비교적 이른 저녁 시간에도 손님들로 붐볐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맥주 거리답게 주점 테이블과 좌판에는 '사이공 맥주(Bia Saigon)'와 '하노이 맥주(Bia Hanoi)' 같은 현지 맥주부터 '버드와이저'와 '코로나', '하이네켄' 등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까지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는 대학생 부 띠 땀 씨가 친구들과 한국식당에서 과일소주를 즐기고 있다.[사진=하노이 공동취재단]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는 대학생 부 띠 땀 씨가 친구들과 한국식당에서 과일소주를 즐기고 있다.[사진=하노이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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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 과일소주 '불티'

맥주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테이블 가득한 맥주병 사이에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술병이 눈에 띈다. 한국인이라면 단박에 알아볼 녹색 소주병이었다. 실제로 따히엔 거리에선 소주를 마시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다수 주점의 메뉴에는 소주가 구비됐고, 익숙한 50㎖ 소주잔과 함께 제공됐다. 따히엔이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지역이긴 하지만 소주병이 놓인 테이블의 주인은 대부분 베트남 현지인이었다.


다만 한국과는 뚜렷하게 다른 점도 보였다. 바로 과일소주의 강세였다. '참이슬'과 '진로' 등 일반소주가 주축인 한국 소주시장에서 과일소주는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베트남에선 달랐다. 이날 만난 대학생 부 띠 땀(21)씨 역시 친구들과 과일소주를 즐기고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지인의 소개로 처음 소주를 마셨다는 땀씨는 "일반소주도 마셔본 적은 있지만 도수가 높다고 느꼈다"며 "저도수의 술을 좋아해 과일소주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마트에서도 소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집에서도 종종 마신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현지인들이 소주를 즐기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베트남 하노이 따히엔 맥주거리에서 현지인들이 소주를 즐기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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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판매 소주 십중팔구 '과일소주'

과일소주의 인기는 현지 한국식당에서도 확인된다. 하노이에서 한국식 고깃집 '진로BBQ' 4개 매장을 운영하는 김광욱 대표는 "관광지인 이곳 호안끼엠점은 한국인 손님이 절반 정도 되지만 나머지 3개 매장은 99%가 베트남 손님"이라며 "20대 중반 이상의 여성 손님이 가장 많은데, 소주 판매량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일소주를 이들 여성 고객이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머지 20% 일반소주는 남성 고객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일반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이나 하이볼 메뉴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고, 한국 드라마 등에 익숙한 고객은 소맥으로 드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따히엔 거리에선 한국식 주류 판촉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두꺼비 인형 탈을 쓴 마스코트와 판촉직원들이 각 업소를 돌며 테이블마다 소주를 음용하도록 권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다채로운 게임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유흥채널의 경험이 가정채널로 이어지도록 베트남 현지의 대면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유흥시장 대면 판촉을 통해 직접적인 음용 경험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가정채널 판매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하노이 후지마트에 조성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단독매대.[사진=구은모 기자]

베트남 하노이 후지마트에 조성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단독매대.[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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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유흥시장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하기 앞서 선제 작업으로 가정채널 입점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같은 날 방문한 하노이 동다 호수 인근 후지마트 흐엉꺼우점에서도 하이트진로는 단독 매대를 설치해 공격적인 가정채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하노이 시내에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후지마트는 2028년까지 50개로 매장 확장이 예정돼 있는 현지 마트 체인이다.


윤현석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팀장은 "이 매장에선 진로 소주가 월 3000병가량 판매되고 있다"며 "아직은 일반소주가 익숙하지 않아 청포도와 딸기 등 과일소주가 판매의 대부분이지만 과일소주가 일반소주 시장으로 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에서 알코올 도수 15도(%) 이상의 술은 광고를 하지 못하는데 과일소주는 도수가 12%로 낮아 광고가 가능한 점도 연착륙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공장 건립…"동남아 생산·유통 거점 될 것"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해외시장 수요에 대응해 베트남 타이빈(Thai Binh)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단지 내에 창사 이래 첫 해외 생산공장 건립에 나선다. 2016년 '소주의 세계화' 선포 이후 소주에 대한 글로벌 시장 내 인지도와 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진로의 해외시장 매출액은 연평균 약 12.6% 성장했고, 2022년에는 1억 상자 판매와 함께 수출액 1억 달러도 돌파했다.


하이트진로가 첫 해외 생산기지로 선정한 베트남은 하이트진로와인연이 깊은 국가다. 하이트진로가 1968년 처음으로 소주를 수출한 나라가 베트남이고, 2016년 하노이에 법인을 세워 '글로벌 비전 2024'를 선포하며 소주 세계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곳이 베트남이었다. 2018년에는 호찌민 지사를 설립해 현지 공략을 강화하기도 했다.

정성훈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장이 베트남 타이빈성에 건립될 생산공장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정성훈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장이 베트남 타이빈성에 건립될 생산공장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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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약 1억명의 인구에 지난해 기준 중위연령이 32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나라다. 내수시장의 잠재력과 소비 능력의 성장세가 기대되는 지역인 만큼 하이트진로 외에도 국내 식품업계가 첫 번째 해외시장 공략지로 삼고 있는 곳이다. 특히 한류를 바탕으로 K-콘텐츠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베트남 현지에서 진로소주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을 선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주류시장의 90% 이상을 맥주가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31%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현지 판매량은 베트남 진출 이후 최대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생산공장이 들어설 베트남 타이빈성은 수도 하노이와 인접해 국제공항과 항구, 해안도로 등 물류 접근성 확보에 용이하고 친화적인 해외 기업 투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약 200만명의 인구 가운데 120만명가량이 생산 가능 인구일 정도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공장 건설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타이빈 공장 조감도.

하이트진로 베트남 타이빈 공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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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은 축구장의 11배 크기인 약 2만5000여 평(8만2083㎡) 부지에 조성되는데, 내년 1분기 내 착공을 실시하고, 3분기 생산설비를 설치해 2026년 2분기 내 완공 및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동 초기에는 1개 생산라인에서 과일소주 연간 약 100만 상자 생산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올해 해외 소주 판매량 목표치의 약 17%를 차지하는 양이다. 향후 생산라인을 2~3개 확장해 연간 최대 500만 상자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성훈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은 "타이빈 공장은 동남아 시장의 소주 생산·유통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최신 설비를 구축하고 하이트진로 100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대성해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이빈 공장은 추후 하이트진로가 제2의 해외 공장, 제2의 국내 공장이 건설할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공장이 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준비해 나갈 테니 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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