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돌 씻는 영상 조회 수 930만…망해가는 회사 살린 김대리의 열정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온양석산 김명성 대리, '릴스 스타'로 인기
SNS서 꾸준히 소통하며 진정성 보여줘

거대한 빨간색 고무 대야에 와르르 자갈을 쏟아붓는다. 물줄기가 쏟아지는 수도꼭지 아래 대야를 두고 작업복 차림의 한 남자가 양손으로 박박 돌을 문질러 씻는다. 이 남성은 옷이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돌을 닦는다.


특별한 대사 한 마디 없는 이 단순한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조회 수 930만회를 넘어서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상에 출연한 석재 회사의 대리는 이 영상으로 '릴스 스타'라는 별명을 얻었고, 경영난에 허덕이던 회사는 매출이 크게 늘고 유명해졌다.

조회 수 930만회를 넘어선 온양석산 김명성 대리의 돌 씻는 영상[이미지출처=온양석산 인스타그램 캡처]

조회 수 930만회를 넘어선 온양석산 김명성 대리의 돌 씻는 영상[이미지출처=온양석산 인스타그램 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영상을 만든 이는 '온양석산 김대리'로 불리는 김명성씨다. 온양석산은 충남 아산에 있는 석재회사로, 원래 무늬가 있는 조경용 돌인 온양석을 주로 판매하던 업체다. 그런데 조경석은 건설 경기를 많이 타다 보니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조경석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 월급 지출을 관리하던 김 대리는 직원들 월급 줄 돈까지 부족해지자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을 찍어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진심이 통한 걸까. 영상 조회 수는 평균 수십만 회를 넘고 있다. 영상의 주 내용은 밝은 표정의 김 대리가 씩씩한 목소리로 자사 제품인 돌에 관해서 설명하고 직접 돌을 씻고 가공하는 모습이다. 우연히 이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해 이제는 돌과 무관한 일반인들까지 온양석산에서 돌을 구매하고 싶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 회사는 원래 20kg 단위로만 돌을 판매하고 있어 소량 구매가 어려웠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댓글로 '요즘 반려돌이라는 게 있다'며 아이디어를 내 온양석산은 시험 삼아 반려돌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회사 측은 처음에 '과연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처음으로 반려돌 판매에 나섰지만, 놀랍게도 판매 시작 40초 만에 준비한 물건이 완판됐다. 이에 회사는 반려돌 판매 금액을 기부하며 팬들의 호응에 보답했다. 사실 반려돌 자체가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은 아니다. 오히려 돌을 골라 씻고 말리는 등 공들이는 노력과 비교하면 손해다. 하지만 김 대리는 고객들이 재밌어하고 즐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반려돌 판매를 시작했다.

온양석산 김명성 대리가 반려돌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미지출처=온양석산 인스타그램 캡처]

온양석산 김명성 대리가 반려돌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미지출처=온양석산 인스타그램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온양석산 김 대리의 인기 비결은 진정성만이 아니다. 일일이 위트 있는 답글을 달며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것 또한 그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문하다 보니 재미있는 댓글도 많다. "반려돌을 저렇게 뭉쳐서 강압적으로 씻기다니 '돌물학대' 아닌가요?"라는 항의(?)에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들기름 발라주고 클래식 음악 들려주며 씻기겠다"고 답글을 다는가 하면 "저희집 돌은 안 씻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는데 여기 돌은 너무 얌전하네요"라는 댓글엔 "목욕하면 돈가스 사주는 거로 합의 본 거예요"라고 답했다. 또 "반려돌이랑 일반돌이랑 뭐가 다른가요?"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반려돌은 착해요"라고 설명했다. 반려돌 입양을 고민하는 한 누리꾼이 "짖으면 안 되는데…말 잘 듣겠죠?"라고 묻자 김 대리는 "과묵한 애들입니다. 제가 10년 동안 돌들이랑 지내왔는데 엄청 과묵해요"라고 궁금증을 풀어줬다.


한편 지난달 최근 한국인들 사이에서 돌멩이를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반려돌(Pet Rocks)'이 유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로한 한국인들이 반려돌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반려돌' 유행에 대해 소개했다.


WSJ는 "(한국인들은) 산업화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변하지 않는 고요함을 찾아 돌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반려돌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가 아이돌과 연관 있다고 봤다. 2021년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자신이 기르는 반려돌을 직접 공개하면서 관심을 끌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