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태원 참사 때 출동한 경찰
축제인파 오인받아 출동 지연
포털에 검색하자 판매 사이트 나열
경찰 "판매 중단 조치 중"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경찰 제복 코스프레(특정 인물 또는 캐릭터로 분장해 흉내를 내는 일) 의상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축제 참여 인파로 오해를 받아 출동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이 상거래 플랫폼 등에 판매 금지를 요청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1년 가까이 변한 게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5일 인터넷 포털에서 경찰복을 검색하자 유사 경찰복 판매 사이트가 수십 곳 나열됐다. 검색창에 ‘경찰복’을 검색하자 상단에 유사 경찰 제복을 판매하는 유료 광고 쇼핑몰 링크가 나왔다. 다른 포털은 경찰과 경찰복의 검색할 시 ‘불법물 노출이 우려되어 검색 결과를 제공하지 않으니 서비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지만, 다른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자 1만~5만원대의 상품 6만5000건이 검색됐다. 또 다른 메신저 쇼핑 탭에서도 ‘제복’과 ‘경찰복’ 등을 검색하자 관련 상품 250개가량이 나타났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경찰복’ 키워드로 판매 중인 게시물이 3건 나왔다.
현행법상 정식 경찰복을 비롯해 유사 복장의 소지 및 착용은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경찰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경찰제복 또는 장비를 착용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되고, 누구든지 유사경찰장비 및 제복 착용과 사용도 불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또 경찰청에 등록하지 않고 물품을 판매하거나 제조·대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등록된 업체여도 구매자 인적 사항을 적는 장부를 비치하고 관리해야 한다.
핼러윈 데이에는 유령이나 귀신, 캐릭터 등의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찰복, 군복 등을 입은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상 상황 시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생존자들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을 축제 참가자로 오인해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코스프레가 상황 수습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유사 경찰 제복과 장비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네이버에 보냈다. 당시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에서 유사 경찰복 유통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올해 5월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한국온라인쇼핑몰협회에 전달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핼러윈을 앞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개별 기업에도 별도로 판매 금지 협조 요청을 할 것"이라며 "불법 유통을 막자는 취지기 때문에 법을 근거로 주로 시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사 제복 판매가 성행하자, 경찰 모니터링이 전시행정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제복을 입는 것은 경찰관 사칭죄도 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죄"라면서 "현재 업체 등에 연락해 판매 중단 조치하고 있으며, 핼러윈 당일 실제 경찰복과 유사한 복장을 입은 사람은 강력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강력한 단속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제복을 입는 이유는 일반인과 구별을 쉽게 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다수에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했던 만큼 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완벽한 사전 예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형 기준을 높여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향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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