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족 정신을 훼손한 복장' 처벌법 예고
"모호한 처벌 규정에 거센 비판 여론"
중국 당국이 공공장소에서 '민족정신을 훼손한 복장'을 입으면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자 중국 내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일 중국 민간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한 결과 온라인으로 약 12만6000여건의 건의 사항이 제출되는 등 높은 관심을 끈 것으로 집계됐다.
차이신은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은 보름도 지나지 않아 10만명 가까운 사람이 11만4000건의 건의를 제출한 상태"라며 "중국이 지금껏 범죄를 구성하지 않았던 위법 행위를 처벌하고, 법 시행 후 17년 만에 이뤄지는 첫 대규모 개정"인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안관리처벌법은 행정법이지만 벌금과 행정구류 등 처벌이 시민의 권리와 자유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정식 형법에 버금가는 '소(小)형법'이라고 불린다. 이번 개정안은 죄가 아니었던 행위를 죄로 규정하면서 당국이 용의자의 생체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으로 발표 시점부터 논란이 됐다.
일례로 개정안에 따르면 높은 곳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자동차 운전대를 빼앗는 '치안위법행위' 뿐만 아니라 "중화민족의 정신을 손상하고 중화민족의 감정을 훼손하는 복식(복장)을 착용할 경우" 또는 "중화민족의 정신을 손상하고 감정을 훼손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전파·유포하는 행위"를 할 경우 5~10일의 구류나 1000~3000위안(약 19~56만원)의 벌금을 내는 '범죄'가 된다. 범죄가 엄중하다고 판단되면 구류는 10∼15일로, 벌금은 5천위안(약 94만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민족의 정신과 감정을 해치는 복장·물품·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의하는 조항이 없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민족의 원한을 부추기는 옷차림'이라는 비판을 받거나 구금되는 등의 일이 벌어지며 오염수 방류 문제로 반일 감정을 자극한 일본을 겨냥한 법안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법학계는 "옷을 입을 자유는 신체 자유의 자명한 일부분으로, 개정안은 '민족정신 손상'이나 '민족 감정 훼손' 같은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학자들도 "개인 생체정보 수집에 대해서도 과도한 정보 수집이자 개인정보 유출·남용의 위험성을 내포한 규정"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대해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대변인은 "사회 대중이 정상적인 통로로 법률 초안에 의견을 제시한 것은 국가 입법 업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질서있는 참여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중요한 의의가 있고, 우리는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전인대 상무위 법제공작위는 사회적으로 이목을 끈 조항을 비롯한 법률 초안에 제출된 각종 의견을 진지하게 정리·연구해 수정·보완하거나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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