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의회 찾아 "안도와주면 전쟁 패배" 호소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승리전략 있나"
英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전략 수정 제언
"'승리 후 재건→장기전 속 번영' 전환해야"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 의회를 직접 찾아가 지원을 호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9개월 만에 다시 찾아 의회 상·하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24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 처리의 열쇠를 쥔 하원을 먼저 찾았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한 건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아닌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 당시 미 의회가 영웅 대접하듯 적극 환영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면담에서 방공 무기, 사거리가 300㎞에 이르러 전선 후방의 러시아의 주요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카시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지원이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정보와 우크라이나가 확실한 승리 전략이 있다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다. 매카시 의장은 하원 공화당 내 강경파로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계속 지원에 대한 공화당 내 반대가 크지 않으며 의회가 240억 달러 추가 지원안을 승인할 것으로 봤다. 다만 그는 "소모전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의원들에겐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 23명과 상원의원 6명은 이날 백악관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상원에선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함께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상원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우리가 지원받지 못하면 전쟁에 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슈머 원내대표는 전했다.

미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의회 방문으로 그동안 추가 지원에 회의적이었던 공화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MSNBC 방송에 출연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 방문으로 의회와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며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는 건 너무나도 중요하다"며 "미국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 역시 이 같은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날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전쟁 목표를 '승리 후 재건'에서 장기전에서 버티며 번영하는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날 '우크라이나는 장기전에 직면했다. 경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지난 6월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서방이 지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만 기다리고 있으며 휴전이나 평화회담 요구는 무의미하다고 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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