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뉴욕 도착해 4박 6일간 엑스포 총력전 돌입
경제효과 60조, 고용창출 50만… 내수불안 탈출 모멘텀
"엑스포 이후에도 전방위 외교 통해 각국과 경제협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두 달여 앞두고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에 18일(현지시간) 도착해 4박 6일간 공식 일정에 들어간 윤 대통령은 30개국 이상의 정상들과 회담하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엑스포 외교전이 장기적으로는 양국간 경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현지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인구가 3만3000여 명에 불과한 산마리노의 집정관을 만났다.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내륙 국가로 소국이지만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으로서 엑스포 개최지에 대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만난 집정관은 고대 로마 공화정의 전통을 계승하는 상징적인 국가원수다.
2030년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28일 BIE 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부산을 포함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후보가 각자 5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친 뒤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한다. 이 중 한 곳이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얻지 못하면 1, 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부산과 리야드, 두 곳이 유력하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특히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나서 전 세계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는 리야드가 가장 유력하다. 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도 공개적으로 리야드를 지지한 바 있다. 179개 회원국 가운데 약 70개국이 리야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막판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결선투표까지 끌고 갈 경우, 리야드와 1대 1로 붙을 수 있는 데다, 투표 자체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리야드를 지지한 국가들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파리에서 열린 파리 BIE에 참석해 직접 PT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대 다자외교 무대이자 최고위급 외교의 향연장인 유엔총회 회기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 역시 상대국 최고위급 정상들과 대면 접촉하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외교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막대한 경제 효과가 있다. 내수 경기가 불안정한데다 수출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넣어줄 강력한 모멘텀을 찾고 있다. 산업계가 판단하는 엑스포의 경제적 가치만 60조원으로 약 50만명의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 각국이 개최 도시에서 인류 문화와 산업, 과학기술 발전의 역량을 보여주고 미래 비전도 제시하는 국가관을 건설하는데, 개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국가관은 참여하는 국가가 건설하는 형식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엑스포 외교전이 중장기적으로는 각 국가와의 경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정상 간 만남으로 핵심 의제에 대한 입장을 교환한 만큼 추후 부처, 기업 간 협력 확대가 수월해질 수 있어서다.
직전 순방인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주요 20개국(G20) 관련 정상회의에서의 외교 기조 변화가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취임 후 초반부 해외 순방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한국 정부의 가치외교 기조 표명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강력한 안보 협력 메시지를 전하고 경제 실익 챙기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시간을 쪼개 다수의 양자회의까지 모두 소화한 점을 감안하면 '경제·안보·엑스포'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주력하는 셈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아세안, G20 참석을 통해 일회성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인프라·첨단산업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급망·인프라·첨단산업 등 수출 분야의 협력을 통해 신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한국은 소재 확보에 용이하고, 아세안 국가들은 첨단기술 협력을 할 수 있는 등 상호 호혜적인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 간 만남은 길지 않은 시간에 이뤄지지만 그만큼 밀도 높은 대화들이 오간다"며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에서도 정부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대통령의 전방위 양자외교는 엑스포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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