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월 경제지표 개선에 회복 기대감
다만 부양책 쏟아내면서 구조개혁 지연
단기적으론 긍정적, 장기적으론 부정적
IMF "구조개혁 없이 4% 성장도 힘들어"
악화일로를 걷던 중국 소비와 생산이 지난달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가 저점을 찍고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방정부 부채와 낮은 생산성 등 구조적 결함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성장률 회복을 언급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중국 경기 되살아나나…소비·생산 반등
19일 주요 외신과 기관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의 8월 소비·생산 지표가 발표된 이후 중국 경기 전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국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3%)로 꺾이고,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 기업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나오면서 '중국 위기설'이 불거졌지만, 최근 각종 경제지표는 다시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통계원의 자료를 보면 8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4.6%, 산업생산 증가율은 4.5%로 모두 전월에 비해 좋아졌다. 소매판매는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산업생산은 고용과 평균 소득 등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조짐을 보였던 중국으로선 긍정적인 변화다. 지난달 수출도 -8.8%로 감소세는 이어갔으나 감소폭은 전월(-14.5%)에 비해 크게 축소됐고, 중국 실업률 역시 5.2%로 7월(5.3%)보다 낮아졌다. 이에 중국은 "생산과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시장 수요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등 국민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최악의 경제 하강 국면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를 크게 휘청이게 만든 부동산 경기 침체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 계약금 인하, 모기지 대출 금리 인하 등 부양책을 쏟아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다만 일부 지표가 개선됐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긴 힘들다. 최근 지표 반등은 그동안 중국 경제를 짓눌러온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쏟아낸 부양책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 지난달에만 20여개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고, 지난 14일에는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낮춰 약 5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채를 기반으로 한 성장 모델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시도해왔지만, 최근 다시 부양책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동성을 풀어 부동산 경기가 일부 회복되면 당장은 내수나 경기가 살아날 수 있으나 근본 문제인 지방정부 부채나 양극화, 생산성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경기 대응을 위해 4조 위안의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철강, 석탄, 시멘트 등 전통 산업과 기초 인프라 등 부동산 분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심각한 설비 과잉과 중복 투자와 같은 비효율적 자원 배분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국유기업 수익률이 낮아지고 한계기업이 늘면서 실물·금융 리스크가 누적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과거 여러 차례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경기 대응에 밀려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부양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구조개혁과는 다른 방향"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부채가 또 늘어나고 한계기업이 연장되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중국의 성장률은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구조개혁이 없다면 중기 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현 상황에서 사회기반시설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전통적 방식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사태로 미 '반도체 규제' 강화될 듯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등과 함께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립시키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중국 화웨이는 미국의 전방위적인 반도체 규제에도 지난달 말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건재함을 자랑했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그물망을 더 촘촘히 하면서 수출 차단 대상을 늘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양적 투입에 의존한 경제성장 방식이 한계에 달한 만큼 첨단산업 육성이 시급한데, 미국의 이같은 규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금센터는 "설계, 노광장비, 부품, 정밀 생산 등 반도체 제조의 필수 공정을 모두 미국과 우호국들이 독점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점유율은 10%에 미달한다"며 "그간 중국은 압축성장을 해왔으나 반도체 산업은 이런 산업 고도화 전략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 핵심 원료인 주요 광물을 무기화해 미국에 대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 경우 미국뿐 아니라 주변국과도 전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중국이 원자재 공급망 부분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경제 규모가 큰 만큼 자원 의존도 역시 높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원유 70%, 천연가스 40%에 달하고, 식량자급률도 66%로 미국에 비해선 취약하다.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결국 성공적인 구조개혁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계은행은 "중국이 국유기업을 정리하고 소비 위주로 전환하는 등의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경우 2030년까지 5%대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큰 틀에서 중국 리스크는 진정됐지만 부채 구조조정 불확실성에 부동산 디벨로퍼 주가는 차별화 흐름을 나타냈고, 외국인은 호재에도 25억 위안을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