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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못벌기 경쟁'하던 조선업계의 '잘하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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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이 필요 없구요. 목숨 걸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첫 특수선(군함·잠수함 등)수주전을 앞둔 한화오션 한 임원의 각오다.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달말 입찰을 진행하는 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호위함 2척 수주를 두고 맞붙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3'에서 두 회사는 대형 부스를 차리고 특수선 경쟁력 알리기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호위함 등 수상함 분야에서 지속적인 수주를 통해 건조 능력을 증명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한화 그룹 편입 이후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과의 시너지를 부각했다.

조(兆)단위 대형 선박 계약을 왕왕 따내는 조선업계에 비교적 크지 않은 사업 규모지만 두회사의 수주 의지는 강했다. 해외 수출을 위한 '레퍼런스(수주 실적)'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화오션 전시장을 깜짝 방문해 힘을 실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역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방산기업 답게 정도 경영을 펼치며 세계 시장에서 더 확고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이날 "수상함 분야에서 경쟁자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에 어딜 내놓든 HD현대중공업은 자신 있게 이길 수 있는 실력과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두 조선사의 경쟁은 반갑다. 조선업계는 지난 수년간 일감 확보를 위한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 수주를 해왔다. 옛 대우조선해양이 출혈경쟁 분위기를 주도했다. 수익성보다는 배를 다수 건조하는 데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한 것이다. '못벌기' 경쟁으로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악화했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여력도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차세대 호위함 수주 경쟁은 조선업계의 경쟁 구도가 양에서 질로' 변했다는 신호탄이다.


두 회사는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이 결합한 '코페티션(Coopetition·경쟁적 협력관계)'을 보여줄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수주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우리 조선업 공급망 속에서 서로 협력하기 때문이다. 예로 한화오션이 수주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호위함 엔진은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 장비들을 도입할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을 분리해, 다시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K-조선'을 기대한다.

정동훈 산업IT부 기자

정동훈 산업IT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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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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