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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안보니 속시원" 톡방 '조용히 나가기' 직장인들에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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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톡방' 아닌 다른 대화방서 퇴장
"회사 사람들과 톡방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

카카오톡(카톡)의 단체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출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사 업무 대화방을 제외한 단체 대화방(톡방)을 나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 톡방은 나올 수 없지만, 다른 방에서는 나왔다면서, "속이 시원하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사와 같은 톡방에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는 의견과 함께, 갑질을 당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카톡 실험실에 적용된 지난달 10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약 200만명의 이용자가 실험실을 활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톡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이용자가 단체 채팅방을 나갈 때 '○○○님이 나갔습니다' 문구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표시되지 않는다. 카카오톡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단체 채팅방의 불필요한 메시지와 알림으로 불편을 겪었던 이용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당 서비스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카카오는 실험실의 경우 기능 활성화가 유동적이고, 변화가 많아 구체적인 숫자는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해당 기능 출시 후 채팅이 뜸해졌거나, 이른바 대화방에서 퇴장할 타이밍을 놓친 단체 채팅방의 불필요한 메시지와 알림으로 불편을 겪었던 이용자들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톡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업무 대화방을 제외한, 다른 방은 모두 나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카카오톡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업무 대화방을 제외한, 다른 방은 모두 나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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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사 업무방은 나갈 수 없겠지만, 기타 불필요한 방은 나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업무 관련 톡방을 제외하고, 모두 방을 나왔다"라면서 "방을 나온 이유는 직장 스트레스가 많은데, 업무 아닌 방에서 회사 사람들과 같이 있기 싫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후반 회사원 박 모 씨 역시 "직장 동료들과는 일 얘기만 하고 싶다"면서 "다른 톡방에 일회성으로 초대받고, 불필요한 말을 일방적으로 들었는데 조용히 나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중간 관리자 40대 과장 차 모 씨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 이후, 업무방이 아닌 다른 톡방에서 부서원들이 일부 방을 나갔다고 전했다. 차 씨는 "호기심으로 다른 방을 좀 둘러봤다"면서 "방을 나간 직원들도 있는데, 일 얘기하는 방이 아니니까 상관없다. 이 기능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톡 대화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업무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노동자 권익 보호 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소위 '업무 지시방'에서 방을 나가면 모를까, 그냥 농담 나누는 방에서 나온다고 해서, 업무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퇴근 이후 업무 지시가 없어야 하는데, 해당 기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많은 직장인이 상사가 있는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한 행동이 아니겠냐는 견해도 있다.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직장인들이 회사 관련 톡방에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쓰는 이유는, 그냥 회사 구성원과 엮이기 싫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사에게 지적받을 때, 인신공격성 발언도 들었는데, 같은 방에 있으면 계속 생각난다. 트라우마다"라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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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직 많은 직장인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3일~10일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 44.5%에 비해 14.4%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며, 피해자가 느끼는 괴롭힘의 정도와 수준은 오히려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 가운데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법 시행 전 38.2%에서 10.3%포인트 증가한 48.5%로 파악됐다. 피해자 34.8%는 병원 진료나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진료·상담을 받은 직장인이 6.6%, 진료·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28.2%였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직장인도 10.6%나 됐다.


피해자의 절반 이상(59.1%)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한다고 답했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자는 32.2%에 달했다. 가해자 측에 항의(28.2%)하거나 사측·노조에 신고(4.3%),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신고(4.0%) 등 피해를 알리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71.0%),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17.0%)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신고한 직장인의 33.3%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답했다. 객관적 조사와 가해·피해자 분리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답한 비율은 36.1%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무엇보다 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 공공기관이나 일부 기업에서 하는 괴롭힘 예방 교육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먼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직급을 나눠 서 토론하는 등 실질적인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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