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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재택과 사무실 섞는 것 어려워, 뭔가 포기해야"[오피스시프트](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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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저자 데이비드 색스
"일은 업무나 AI 등 기술 발전 넘어서는 인간의 일부분"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빠졌다. 챗GPT에서 시작된 AI 챗봇 경쟁은 검색 엔진과 업무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은 9년 만에 신제품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하고, 메타버스의 부활을 예고했다. 노트북 맥과 연동해 업무를 보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이 사무실을 장악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기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전 세계 사무실의 중심에 있었다.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며 세계 곳곳의 직장인들은 노트북을 켰다. 화상으로 회의하고 대화했으며 그렇게 관계를 맺어나갔다. 기술의 혁신이 위기 속에 빛을 발한다고 느낄 무렵 연이은 화상 회의로 심신이 지쳐 힘들다는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단어가 유행했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도 늘었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은 디지털이 우리 삶을 개선해주지만 때로는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모든 기술이 진보와 동의어가 아니듯 모든 진보가 새로운 기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해졌다." - 책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찐비트]"재택과 사무실 섞는 것 어려워, 뭔가 포기해야"[오피스시프트](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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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아날로그의 반격'을 쓴 캐나다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데이비스 색스(David Sax·44)는 최근 국내에 내놓은 후속작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The Future Is Analog)'에서 첫 장에 회사의 변화, '재택근무를 하면서 사라진 것'을 다뤘다. 전작으로 뉴욕타임스(NYT)부터 세계 주요 언론들의 큰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번 책을 쓰기 위해 200여명의 전문가 등과 만났다고 한다.


색스 작가는 요즘처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디지털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아날로그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에게 지난 5일 서면 인터뷰로 재택근무 환경 속에서 '우리가 잃은 것'에 관해 물었다.

◆ "사무실 복귀 반발은 노사 권력 투쟁"

"재택근무는 편리하고 편안해요. 출·퇴근도 없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죠. 운동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처럼 뭔가를 할 시간과 유연성이 제공돼요."


세계 곳곳에서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회사와 싫다고 반발하는 직원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색스 작가는 '이유는 간단하다'라며 이렇게 답했다. 아날로그의 중요성을 외치는 작가치고는 의외의 답변이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평생 원격근무를 해온 그는 딱 한 번 사무실에서 일해봤다고 밝혔다. 재택근무가 편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노트북, 이메일, 화상회의를 수월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간단한 이유를 넘어 회사와 직원의 갈등을 한 발 더 깊숙이 들여다봤다.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시기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자신의 시간과 신체에 대한 엄청난 자유와 권력을 얻게 됐어요. 기업과의 노동관계에 있어 전례 없는 일이었죠. 지금 보고 있는 건 결국 노사 간의 권력 투쟁이에요. 어떻게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얻었던 권력과 신체, 시간 등에 대한 자율성을 유지하고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한 행동이죠. 여기서 정말 복잡한 건 그 어떠한 것도 쉽고 간단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모든 이의 바람을 충족시켜줄 쉬운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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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가 익숙했던 그도 코로나19 시기는 쉽지 않았다. 하루에 두 건 이상 온라인 회의를 하고 나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색스 작가는 우리의 일터에서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서로 데이터와 팩트를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공간에서 말이 아닌 것으로 소통하는 것, 즉 우리가 '말하는 것(say)'의 많은 부분은 바디 랭귀지나 표정, 제스처, 냄새 같은 겁니다. 그러한 정보는 우리가 일하는 데 있어 엄청나게 중요하죠. 우리는 온라인으로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어요. 그건 우리의 이해력이나 소셜 네트워크, 업무와 관련해 주고받는 정보의 질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비용이 됩니다."


팬데믹 기간 중 그가 만난 제니퍼 콜스태드 포드자동차 글로벌 근무 환경 설계 담당의 경험이 이를 설명하는 사례다. 콜스태드 담당은 2021년 본사를 포함한 사무실을 설계하던 당시 온라인 회의로는 일의 진척이 없어 고민하던 중 핵심 직원 8명을 회의실로 모았던 일을 언급했다고 했다. 몇 달간 성과를 내지 못하던 일이 회의실에 모여 논의하자 딱 세 시간 만에 끝났다고 했다. 회의실 벽에 떠오르는 것을 인쇄해 붙이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떠오르는 대로 위치를 옮기기도 하고 정리하다 보니 금방 논의가 끝났다는 것이다.

◆ 하이브리드·육아 재택, 두 근무 실험에 부정적인 이유

이러한 한계를 깨달은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근무 시간 중 일부를 사무실에서 보내게 해 재택근무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색스 작가는 이 근무 형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아날로그 세계의 현실은 한 번에 두 장소가 공존할 수 없어요. 재택과 사무실을 섞는 건 매우 어려워요. 아무리 똑똑해도, 일정을 동일하게 짠다고 해도, 아무리 사무실을 유연하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동시에 두 장소에 있을 순 없고 무언가 포기해야 합니다. 나처럼 작가 일을 하는 1명은 쉽지만, 현대(Hyundai)와 같은 대기업은커녕 5명 이상의 회사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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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스 작가는 또 한국과 일본 정부가 올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육아기 재택근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팬데믹 기간 중 육아와 일이 혼재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아이들이 잠든 밤 10시가 넘어서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아가 직장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해요. 출산율, 경제적 여건, 근로자로서 여성의 역할과도 연결돼 있죠. (코로나19 시기) 제가 확인한 건 부모들은 근무 시간에 육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거예요. 균형을 맞출 수가 없어요. 그건 고문이죠. 팬데믹 기간 중 육아하면서 재택근무한 부모에게 물어보세요. 부모들이 원하는 건 이른 시간부터 일하는 걸 잠깐 멈추고 약간 늦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FLEXIBILITY)'이에요. 그렇게 되면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잖아요."

◆ "일은 인간의 일부분…'업무' 그 이상이다"

색스 작가가 이번에 국내에 내놓은 신작의 원제는 '아날로그의 미래 : 더 인간적인 세상을 만드는 방법(The Future Is Analog: How to Create a More Human World)'이다. 그는 전작 '아날로그의 반격'부터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가 놓치는 인간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날로그에 초점을 맞춰온 그에게 '우리의 근무 환경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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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은 사람과 컴퓨터와 함께 일하고 있고, 언제 어떤 게 필요한지, 이를 어떻게 결합할 때 가장 좋은지를 알고 있어요. 아예 컴퓨터 없이 아날로그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모든 일을 디지털화하고 그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완전 재택근무)를 시도해봤고, 그게 그렇게 좋고 완벽했다면 아무도 사무실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적당한 균형을 지속해서 찾아야 해요. 절대 완벽하진 않겠지만,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갈등이 더 나은 결과로 이끌 겁니다."


색스 작가는 인터뷰 중 일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이 삶의 밖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깨어있는 시간 중 다른 그 어떠한 것보다도 일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사용하는데요. 식사, 운동, 성관계, 문화생활보다 더 말이에요. 일하는 곳에서 얻는 관계나 친구, 배움, 정보, 농담, 광경, 소리 등 모든 것이 삶의 큰 부분이에요. 단순히 원격으로 '업무(task)'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나머지 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죠. 직장에서 만난 친구를 떠올려 보세요. 심지어는 연인이 있을 수도 있겠죠. 멘토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한 관계가 그저 사무실과 연계돼 있다고 해서 덜 중요한가요?"


"일은 그저 업무 그 이상의 것이라 생각해요. 일은 우리가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방법이고 인간의 일부분입니다. 일의 미래는 AI 돌풍과 같은 다음 기술의 발전과 상관없이 또는 무엇이 온다고 해도 항상 그것(인간의 일부분)과 연결돼 있을 겁니다."

데이비드 색스는

- 캐나다 저널리스트 겸 작가

- 뉴욕타임스(NYT), 뉴요커, 블룸버그 칼럼 연재

- 책 '아날로그의 반격'(2016), '사장의 탄생'(2021),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2023)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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