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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글돈글]한 푼도 없이 내 집 마련?…英 100%LTV 주담대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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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증으로 매매가 100% 대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라진 상품
英, LTV 상한선 완화…주택 매매 유도
월세 절약해 중산층 육성 목표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언론과 국민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의 상한선인데요. LTV는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을 말합니다.


LTV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대출금이 달라지기에 항상 이를 올릴지 풀지에 대한 사안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죠. 한국은 현재 무주택자에 한해 규제지역에 LTV 5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는 무보증 LTV 100%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 자산을 한 푼도 가지지 않고 은행 돈으로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니 과연 이게 실현 가능한 일인지 놀라운데요. 대체 어떤 이유로 영국 정부는 이같은 정책을 허용한 것일까요?

영국 런던의 한 부동산 사무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한 부동산 사무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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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증으로 최대 9억까지 대출…파격 조건에 시장 주목

LTV 100% 주담대는 영국 금융기관인 '스킵톤 주택금융조합(Skipton Building Society)'이 출시한 상품입니다.


이 상품을 이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현재 집을 임대해서 살고 있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여야 하죠. 이 모든 조건에 해당하면 35년 만기에 5년간 5.49%의 고정금리로 스킵톤에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스킵톤 주택금융조합 [이미지출처=가디언]

스킵톤 주택금융조합 [이미지출처=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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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은 영국 정부가 2021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을 위한 모기지 보증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특별히 LTV에 상한선을 두지는 않았지만, 통계를 내보니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들이 평균 82%의 LTV로 주택을 매입한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은행들에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인 95% LTV 상품을 출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정부가 최대 60만파운드(9억 7342만원) 이하의 신규 분양 주택을 살 때 주택가격의 최대 40%를 25년 만기로 빌려주기로 했죠.

즉 생애 최초 구매자들은 정부 지원 LTV 40%에 은행 대출 55%를 더해 집값의 최대 95%까지 대출을 일으킬 수 있게 됐습니다. 매매가 60만파운드의 5%인 4867만1000원만 소지하고 있으면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정책에 힘입어 냇웨스트, 산탄데르, 네이션와이드 등 다수의 은행은 LTV 95%의 주담대를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부 은행들은 보증인을 끼거나 가계 저축예금을 담보로 한 100% LTV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스킵톤의 100% LTV는 출시 이후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스킵톤 처럼 어떠한 보증도 없이 집값의 100%를 빌려주는 대출 상품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영국엔 집값의 100%까지 대출을 내주는 주담대 상품이 존재하긴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英 정부, 임대료 절약…중산층 향하는 계층 사다리 판단

그렇다면 영국은 왜 LTV에 이토록 관대한 것일까요? 분명 우리는 LTV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될수록 과도한 대출로 집값이 뛰어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영국 정부가 주택 구매를 중산층 확대의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월세 거주자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에 쉽사리 주택을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생애 처음 집을 산 이들이 주택 매매에 지불한 금액은 6만4470파운드(1억146만원)라고 합니다. 이는 전년 대비 8%가 증가한 액수입니다.

영국 퀸즈파크 인근 주택가에 부동산 매매 광고 표지판이 늘어서있다. [이미지출처=블룸버그]

영국 퀸즈파크 인근 주택가에 부동산 매매 광고 표지판이 늘어서있다. [이미지출처=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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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돈을 모으기도 쉽지 않습니다. 영국의 부동산 임대 사이트인 스페어룸에 따르면 올 1분기 런던의 월평균 월세는 952파운드(154만6500원을)로 전년 대비 20%가 올랐습니다. 런던 외곽 지역 임대료는 598파운드(95만원)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 정부는 세입자들이 임대료를 아끼고 주택을 구매해야 이들이 계층 사다리를 밟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폭락 시 자산 손실 위험…경고 목소리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LTV 100% 대출을 지양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주택 매매가 전액을 은행 돈으로 구매한 집주인은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엔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엔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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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도 이같은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LTV 100% 대출을 주의하라고 경고했습니다. 베일리 총재는 지난달 1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100% 담보대출을 규제하지는 않겠으나 대출자들은 모두 이를 조심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주택을 끌어안고 장기간 대출만 갚아나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00%LTV 주담대는 과연 영국 정부의 관측대로 세입자들을 위한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들을 또 다른 위기에 몰아넣을 트랩이 될지 영국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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