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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도 희미…세기말 같다" 뉴욕 삼킨 '오렌지빛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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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만 30년 이상 살았지만 이런 건 처음 봐요." "온 세상이 세피아(흑갈색) 필터를 낀 것만 같아요."

7일(현지시간) 스태튼 섬 페리에서 본 자유의여신상이 연기에 뒤덮여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스태튼 섬 페리에서 본 자유의여신상이 연기에 뒤덮여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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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하늘이 오렌지빛 연기로 뒤덮였다. 7일(현지시간) 아침께만 해도 회색 안개가 낀 듯하던 하늘은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점점 짙은 오렌지톤으로 변했다. 마치 인스타그램 필터라도 씌운 듯 말이다. 뉴욕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맨해튼 마천루 스카이라인은 이날 하루 내내 연기에 삼켜졌고, 도시 곳곳에는 모닥불이 다 탄 이후에야 날 법한 냄새가 짙게 깔렸다. 길가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일 때나 쓰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 들거나, 마스크 대신 옷으로 코를 막은 사람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날 오후 맨해튼 브라이언트파크 인근 지하철역에서 만난 케이틀린 씨는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있냐. 나는 뉴욕에 30년을 살았지만 처음 본다"며 "일정을 다 취소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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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캐나다 일대를 뒤덮은 대형 산불의 여파가 뉴욕을 비롯한 미국 지역까지 덮친 탓이다. 특히 한랭전선의 남하로 연기가 남동쪽으로 내려오면서 뉴욕시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자욱하게 깔린 연기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자유의 여신상 등은 맨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외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이 칼칼해졌다. 귀가 후에도 약한 두통이 이어졌다. 뉴욕 할렘 지역에 거주하는 프레드릭씨는 "온 세상이 세피아 톤"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근무하는 에밀리씨는 "점점 더 짙은 갈색 연기로 뒤덮이고 있다. 세기말 같다"고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7일(현지시간) 연기에 뒤덮인 뉴욕 맨해튼 시내 [사진=조슬기나 뉴욕특파원]

7일(현지시간) 연기에 뒤덮인 뉴욕 맨해튼 시내 [사진=조슬기나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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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뉴스는 이날 전 세계 대기질을 모니터링하는 IQ 에어를 인용해 뉴욕시가 이번 사태로 세계 최악의 대기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시의 공기질지수(AQI)는 이날 오후 342에 도달했다. 인도 뉴델리에 이어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최악의 공기 질이라고 보도된 전날 밤의 218에서 한층 악화한 것이다. 최대 500까지 측정하는 AQI는 통상 100 이상이면 숨 쉴 때 건강에 좋지 않고, 300 이상이면 '위험'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특히 심장 또는 폐질환이 있는 사람, 노인, 어린이, 청소년은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뉴욕대 랑곤 헬스의 폐의학 책임자인 대니얼 스터맨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호흡기 공격에 더 취약해진 상태라고 "합병증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공기질지수(AQI) 순위[이미지 제공: IQ에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공기질지수(AQI) 순위[이미지 제공: IQ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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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뉴욕시는 5개 자치구에 일제히 대기질 건강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날 "긴급 위기 상황"이라며 "실내에 있을 수 있다면 실내에 있어 달라"고 야외활동 자제 등을 촉구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역시 뉴욕시의 대기질이 1960년대 이후 최악이라며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 밤늦게부터 내일 아침까지 일시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내일 오후와 저녁에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이 며칠간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일제히 야외활동을 취소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 뉴저지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등에서는 일부 운항 차질과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뉴욕시 동물원은 동물, 직원, 방문객들의 건강을 이유로 평소보다 이른 오후 3시에 문을 닫았다. 국립기상청의 마이크 하디맨 기상학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업스테이트 뉴욕은 마치 화성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보다 캐나다 국경에 더 가까이 위치한 시러큐스, 빙엄턴의 경우 AQI가 400을 넘어섰다.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의 지역에서도 산불로 인한 짙은 연무가 주요 랜드마크를 집어삼킨 사진들이 잇달아 인터넷상에 올라오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도 희미…세기말 같다" 뉴욕 삼킨 '오렌지빛 연기'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이번 사태를 초래한 캐나다 산불은 여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태다. ABC방송은 이번 산불 시즌에만 캐나다에서 870만에이커가 불에 탔고, 이는 버몬트주보다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현재 캐나다 동부와 서부 등 거의 250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퀘벡주와 온타리오주 일부에는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다. CNN방송은 "미 북동부, 중서부, 동부 연안에 거주 중인 5500만명 이상이 공기질 악화 경보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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