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하다는 이유로 美 학교서 퇴출된 책은?

학부모 "근친상간, 매춘 등 내용 담아" 민원
교육구위원회, 초·중학교서 성경 없애기로 결정

미국 유타주 내 한 교육구가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서관 서가에서 성경을 제외했다. 성경의 일부 구절에 음란하고 폭력적인 내용이 들어있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북쪽에 있는 데이비스 교육구가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서관의 도서 목록에서 성경을 제외했다고 전했다. 교사, 학부모와 행정공무원으로 구성된 교육구 위원회는 성경을 학교 도서관에서 없애야 한다는 한 학부모 민원을 접수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고등학교 서가에는 그대로 비치하도록 했다. 이 교육구의 학생 수는 7만2000명 정도다.

지역 매체 솔트레이크 트리뷴은 이 학부모의 민원을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했다. 이 내용을 보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성경이 근친상간과 매춘, 성폭행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AP 통신은 "이 같은 상황은 교실에서 성과 폭력이 언급되는 것을 반대하는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 '학부모연합(Parents United)'이 학교 이사회와 주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학부모연합에 반발해 가장 보수적이고 경건한 내용을 담은 성경에도 현대인의 관점에서 봤을 땐 폭력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학부모는 또 교육구가 학생들의 교육권과 도서관 접근권을 학부모연합에 양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원 제기자의 의도와 달리, 민원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받아들인 교육구가 성경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중서부에 있는 유타주는 미국 내에서도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종교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신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구 대변인은 이 학부모가 모르몬교 성서에 대한 민원도 제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 서적과 관련한 민원은 동등하게 취급될 것이고, 민원이 풍자를 위해 제기됐는지에 대해 판단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학교들이 성경을 서가 목록에서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텍사스와 미주리주 일부 교육구는 성경을 서가 목록에서 임시로 제외했다. AP 통신은 "성경은 미국도서관연합의 이의제기 도서 목록에 오랜 기간 올라와 있는 책"이라고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