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코타 로체스터대 교수 'BOK 국제콘퍼런스' 기조연설
실질금리가 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세입 확대나 이전지출 축소 등을 통한 긴축적 재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나라야나 코첼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로체스터대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는 '팬데믹 이후의 정책과제'를 주제로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됐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지난 3년간 경험한 미국 인플레이션의 가파른 상승세는 코로나 위기 이후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에서 비롯된 초과수요보다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공급비용 상승과 기업 간 경쟁 완화에 따른 이윤율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고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한 초과수요가 지목되고 있으나 이들 완화적 정책이 초과수요를 발생시켰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는 견해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팬데믹 전후 실업률과 실질임금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완화적 거시정책으로 초과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통화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정도를 포착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코로나 이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은 주로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차질로 인한 비용 상승과 기업 간 경쟁 완화에 의한 이윤율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공급부족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봉쇄조치 등에 따른 기업 간 경쟁 완화로 미국 내 기업 이윤이 코로나 위기 이전과 비교해 20% 이상 상승하면서 높은 가격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코첼라코타 교수는 새로운 거시경제모형을 통한 이론적 분석을 수행한 결과, 인플레이션을 바람직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통화 긴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긴축적 재정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플레이션에 대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경우, 일차적으로는 기간 간 대체효과를 통해 현재 시점의 수요를 축소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나, 한편으로는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정부채권의 이자수익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미래 수요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전지출 축소 등 긴축재정으로 대응할 경우,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현재 소비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정부부채 축소가 미래 가계의 이자수익을 동시에 감소시키면서 미래 수요도 축소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최근 고인플레이션은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에 따른 초과수요에 기인했다기보다는 공급차질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과 시장 경쟁 축소에 의한 이윤율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개선을 통한 생산비용 감축과 기업 간 경쟁제고를 통한 공급확대 방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30여년 간 주요국이 경험한 바와 같이 실질금리가 성장률을 하회하는 상황에서는 물가안정 등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통화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재정정책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