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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R&D 절반 '녹색기술' 투자…대체연료 100% 독일공장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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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산업, 30년 미래를 보다]
①독일 폴리시우스社 피닉스 공장
대체연료 품질 유지 중요성 강조
친환경 설비·R&D 투자 비용 과제

편집자주시멘트 제조업은 건설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를 차지하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국내 시멘트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 외에도 업계는 복잡다단한 갈등을 겪고 있다. 폐기물 등 대체연료를 활용한 시멘트를 '쓰레기 시멘트'라고 주장하는 환경단체가 발목을 잡고 있으며, 폐기물 처리 방식을 두고 소각로 업체들과 씨름하고 있다. 친환경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결사반대하고 있고, 오는 10월부턴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된다. 우리나라보다 약 30년 앞서있는 유럽의 친환경 시멘트 생산 현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시멘트협회와 함께 지난 20~27일까지 현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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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0% 대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석탄 저장소는 더 이상 쓰이지 않아요."


유럽은 시멘트 산업의 발상지다. 일찌감치 굴뚝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환경 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독일이 있다. 독일의 시멘트 업계는 순환자원 재활용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유연탄 대신 각종 폐기물로 불을 지펴 시멘트를 생산한다. 전체 연료에서 대체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9%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35% 수준이다. 산업용·가정용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해 시멘트를 만드는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Polysius)의 피닉스 공장을 지난 22일(현지시간) 방문했다. 피닉스 공장 관계자는 이전까지 석탄 저장소로 이용했던 설비를 손으로 가리키며 "우리는 100% 대체연료를 사용한다"며 "저 석탄 저장소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탄소 선도 기업, 폴리시우스 = 1859년 설립된 폴리시우스는 전 세계 28개국에 진출해 800개 이상의 시멘트 공장을 건설한 경험이 있다. 직원 수는 3800여명, 이 중 70%는 엔지니어와 기술자다. 연구개발(R&D) 비용의 절반은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에 투자한다. 특히 연매출의 5~10%를 대체연료 기술 개발에 쓴다. 폴리시우스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1950~60년대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 태동 시에 주요 시멘트 회사 공장 설비 구축을 폴리시우스가 도맡았다.


폴리시우스가 건설한 피닉스 공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중소도시 베쿰에 있다. 1914년부터 운영됐고 연간 5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피닉스공장의 전경은 한국의 시멘트 공장과는 규모 면에선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시멘트 공장이 생산라인도 많고 시설 규모도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쌍용C&E의 동해공장은 연 115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한다. 공장 규모와 생산량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독일의 생산 공정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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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해 폴리시우스의 이노베이션&연구 총괄을 맡고 있는 루크 루도스키 대표는 "(한국의 경우) 공장 설비나 기계적인 문제보다는 대체연료의 품질 관리의 어려움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연료를 사용했을 때 유연탄만큼 안정적인 열효율을 유지할 수 있어야 시멘트 완성품에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피닉스 공장도 대체연료의 재료가 되는 폐기물 공급처가 7곳에 이른다"며 "대체연료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온에서 폐기물 처리 "이게 경쟁력" = 피닉스 공장은 1990년대부터 각종 폐기물로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폐기물 사용량은 연 6만5000t. 폐기물 저장소에 직접 들어가봤다. 쓰레기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잘게 가공돼 포슬포슬한 감촉을 줬다. 입자가 작고 고울수록 열효율이 좋다고 한다. 폐기물을 매립·소각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시멘트를 만들 때 화석연료인 유연탄 대신 이처럼 폐기물을 사용하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발생 총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시멘트 업계와 소각업계가 폐기물 처리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써야 한다. 반면 소각업체는 시멘트 업체에 일감을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이와 비슷한 갈등은 없는지 물어보니 피닉스 공장 관계자는 "시멘트 소성로(킬른)는 10분 동안 1450℃의 높은 열로 완전 연소시켜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이 대폭 줄어든다"며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850~1100℃ 수준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쓰레기 소각업체에 비하면 불완전 연소로 발생되는 유해물질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관련 기준도 쓰레기 소각장에 적용되는 기준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방지시설(SCR)도 갖추고 있었다.


◆"시멘트는 공공재…가격 지불 여력 있다" = 문제는 비용이다. 피닉스 공장처럼 대체연료를 100% 활용하려면 탄소 저감을 위한 설비 구축과 R&D, 폐기물 수급에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루도스키 대표는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그는 "시멘트는 전 세계에서 많이 소비되는 자재 중 하나로 공공재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며 "가격을 좀 더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오르면 정부 보조금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멘트사들이 친환경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지만 여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국내 시멘트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7개사의 작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5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060억원으로 12%가량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20% 줄었다.





베쿰(독일)=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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