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제무대 복귀 시동…브라질과 8년만에 정상회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베네수엘라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국제무대 복귀를 향한 기지개를 켰다.

룰라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영접하고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만나 오찬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비공개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룰라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비판하며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다른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국가에 900개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마두로 대통령은 수입할 달러가 없다"면서 "이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봉쇄를 만든 미국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우리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 남미 정상들에게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을 희망한다는 뜻도 전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가입 의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외교 관계는 룰라 대통령의 전임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재임(2019~2022년) 당시 공식적으로 단절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미국과 뜻을 맞추고자 당시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었던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67.8%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재선됐으나 야권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를 비롯해 서구 국가들은 마두로의 재선을 독재 장기화를 노리는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제재 수위를 높였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부족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채굴 사업 규제 등은 완화했으나 여전히 일부 제재는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베네수엘라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카라카스 주재 브라질대사관에 외교관을 공식 파견했다.

한편 남미 정상회의는 오는 30일 브라질리아의 이타마라치 궁전에서 개최된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파라과이, 수리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페루 등 남미 지역 12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해당 국가들은 미국 및 유럽연합(EU)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난 지역 협의체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