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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재선 성공…30년 집권 향한다(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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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예상밖 승리…득표율 52.13%
경제 파탄·리라화 가치 폭락 이어지나
튀르키예 국민, 경제보다 지정학적 영향력 택해
반서방·친러 노선 유지할 듯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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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장기집권하며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이번 재선 성공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첫 집권 이후 2033년까지 최장 장기 집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비정통적인 경제 정책으로 인한 경제 파탄과 철권통치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보다는 튀르키예의 팽창주의와 반서방주의로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환호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는 방증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에르도안 30년 장기집권 길 열어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YSK)는 개표가 99% 이상 완료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3%의 득표율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47.87%)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스탄불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 또는 목표에 대해 어떤 양보도 없이 튀르키예의 세기로 향하는 문을 함께 열었다"면서 "내가 뭐라고 말했느냐. 우리는 무덤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제인 2003년 총리로 첫 집권한 후 대통령제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면서 20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앞서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해 이날 결선 투표가 이뤄졌다. 이번 승리로 에르도안 태통령은 2028년까지 5년 더 집권하게 됐고,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당선될 경우 5년 더 재임이 가능해 최장 2033년까지 집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30년 간 권좌에 앉게 된다. 이번 재선 성공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 하의 권위주의 통치에 속도를 내면서 30년 초장기 집권을 본격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즉각 "에르도안의 5년 추가 집권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꾸준히 침식하는 되돌릴 수 없는 길로 튀르키예를 몰아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클라츠다로을루 대표는 비공식 결과 발표 후 "우리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올 때까지 투쟁을 지속하겠다"며 "이번 선거에서 모든 압박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적 정부를 바꾸려는 국민들의 의지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경제 파탄, 리라화 가치 폭락 이어지나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은 선거 전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튀르키예의 파탄 직전 경제 상황과 지난 2월 발생한 대지진, 정부의 부실대응으로 정권 심판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 정책과 중앙은행에 대한 개입 등 비정통적 경제정책으로 튀르키예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0월 기준 85%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튀르키예 국채 매도세도 이어져 왔다. 리라화 가치는 연초 이후 달러 대비 6% 가량 떨어졌고, 지난 10년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90% 이상 폭락했다. 지난 26일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20.06리라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이후에도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0.00리라를 웃돌아 26일 최저점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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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 연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해결이 시급한 문제라면서도 지난 2년간 기준금리가 19%에서 8.5%로 내려온 만큼 물가 상승률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정통적 경제정책을 고수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정책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자문회사인 테노의 볼팡고 피콜리 공동 대표는 "에르도안이 정통 경제 방식을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2024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간을 벌려는 목적으로 지금과 같은 비정통 접근 방식에 일부 조정을 채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팀 애쉬는 "현재의 상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제한된 외환보유고와 막대한 실질금리 마이너스로 리라화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앞서 1차 선거 전에도 튀르키예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민, 경제보다 지정학적 영향력 택해…반서방·친러 노선 유지할 듯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뿐 아니라 서방과 반서방의 국제 정치 지형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강력한 튀르키예를 목표로 한 팽창주의를 가속화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친 러시아 노선을 걷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걸음으로써 미국 등 서방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이번 에르도안의 재집권 성공으로 튀르키예의 팽창주의, 친러시아 노선과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더욱 본격화하며 튀르키예의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번 승리는 튀르키예 수반으로서 사심 없는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립적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국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적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 현안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앙카라 조사업체인 테파브의 정치 분석가 셀림 코루는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위치가 확고해지는 한 (국민들에게) 생활 수준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지정학적 경쟁 이것이 에르도안 정권의 핵심이다. 국가 내에서의 삶은 부차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몇몇 유권자들에겐 세계에서 튀르키예의 위치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 에르도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를 대체해버렸다"고 진단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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