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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 아냐, 높은 기대치 압박 때문"…BBC, 한국 '은둔형 외톨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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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성공 기준에 부응 못했다 생각”
“획일적으로 공부 강요하는 사회 문제”

영국 BBC 방송이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분석했다. BBC는 "많은 젊은이가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을 택한다"고 보도했다.


BBC는 26일(현지시간)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를 조명하면서 유승규 씨(30)의 사연을 소개했다. 유 씨는 5년의 은둔 생활 끝에 2019년 처음으로 자신의 원룸형 아파트를 나섰다.

유 씨는 먼저 동생과 함께 지저분한 집 안을 청소하고, 비영리 단체에서 만난 다른 은둔형 외톨이들을 만나 바다낚시를 했다. 그는 "바다에 가니 기분이 묘했고, 은둔을 끝냈다는 게 매우 상쾌했다"며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유 씨는 자신과 같은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안 무서운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가운데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2021년 기준 5.0%로 100명당 5명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2021년 청년인구(1077만 6000명)에 적용하면 고립 청년 수는 53만 8000명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3.1%인 약 33만 4000명이었는데 코로나19로 오랜 거리두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1만 5000가구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통해 ‘거의 집에만 있다’고 답한 청년을 기준으로 고립·은둔자가 24만 4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기준을 사회적 교류 단절로 확장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에게 월 최대 65만원의 생활비와 치료비, 학업 비용 등을 지원해 사회 재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라 만 9세 이상 24세 이하 위기 청소년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데, 지난달 ‘위기 청소년’ 범주에 은둔형 청소년을 추가하도록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돈 문제 아냐, 높은 기대치 압박 때문"…BBC, 한국 '은둔형 외톨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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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BC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립 생활을 택하는 게 아니다"는 청년들의 말을 전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단순히 정부의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던 34세의 A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자주 싸웠고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너무 힘들어서 자신을 돌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부터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서서히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A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은둔 생활을 재정 상태와 연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은둔형 외톨이의 경제적 배경은 다양하다. 모든 은둔형 외톨이가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 씨와 A씨 모두 은둔 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BBC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대체로 자신이 사회나 가족의 성공 기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통상적인 진로를 따르지 않으면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거나,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아 비난받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A씨는 "사회가 아이들에게 획일적으로 공부만 강요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아버지가 원했던 대학에 진학한 뒤 부끄러웠다. 왜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건가 싶어서 비참했다"며 "이런 이야기를 부모에게 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유 씨는 한 달 만에 대학을 그만두었고, 자신의 삶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고립 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한때는 가족과 마주치기 싫어서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비영리 사단법인 씨즈(seed:s)의 김수진 선임 매니저는 "한국 젊은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나는 실패자’,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결국 사회와 단절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들은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그렇게 어렵지 않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한다"며 "좀 더 다양한 직업과 교육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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