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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세금 감면 혜택 잘못 광고한 원주기업도시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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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개발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사업시행자로 개발한 기업도시의 토지분양 광고를 내면서 입주기업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취득세·재산세 감면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처럼 광고를 했다면 광고와 달리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기업의 손해를 배상해워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원주기업도시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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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철수한 A씨는 2016년 공장 이전 계획을 세우고 같은 해 10월 원주시와 함께 사업을 시행하던 원주기업도시와 원주시 지정면에 있는 공장용지 1만3000여㎥를 24억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원주기업도시가 작성해 배포한 지식산업용지 분양안내서에는 입주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관련 신설·창업 기업에 대해서는 '3년간 100%, 2년간 50%'를 감면해주고, 과밀억제권역에서 이전한 기업에 대해서는 '5년간 100%, 2년간 50%'를 감면해 주겠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그리고 취득세·재산세 감면에 대해서는 신설·창업 기업과 이전기업을 구분하는 내용 없이 취득세는 '15년간 100%', 재산세는 '5년간 100% + 3년간 50%'를 감면해 주겠다고 안내돼 있었다.

그런데 해당 분양안내서가 배포될 당시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에서는 지자체가 개발구역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지만, 개정 전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기업도시개발구역에 2016년 12월 31일까지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에 관해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주도록 정함으로써, 기존 사업장을 이전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취득세나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A씨는 매수 토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2018년 3월부터 2020년 9월가지 토지와 지상 신축 건물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총 2억30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했다. 이에 A씨는 원주기업도시를 상대로 광고와 달리 부담하게 된 세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매매계약서에 따라 분양안내서 기재내용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됐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피고로서는 안내된 대로 취득세와 재산세가 감면되도록 보장해줄 의무가 있는 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납부한 세금 만큼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실제와 다르게 분양안내서에 광고된 내용은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돼 표시광고법 제10조에 따라 자신이 납부한 세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취득세·재산세도 이주기업 중 신설·창업 기업만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도 마치 다른 지역에서 이전한 기업도 별다른 제한 없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것은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돼,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표시광고법상의 손해배상액임이 인정되는 만큼 그밖에 A씨가 주장한 채무불이행 책임이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심에서 결론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가 분양안내서에 기재한 내용이 매매계액에 편입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취득세 등 감면사항은 피고가 단지 법령상 지원 제도 및 정책을 안내한 것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취득세 등의 감면을 보장했다거나, 법령의 제한으로 인해 취득세 등 감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원고가 납부할 취득세 등을 보전해주기로 약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세금의 감면은 법률에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니 만큼 민간기업인 피고가 이를 임의로 감면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또 재판부는 피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없다고 봤다.


민법상 불법행위나 표시광고법 위반에 의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려면, 그 같은 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상상태와 현재의 재산상태 사이에 차이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원주기업도시의 허위 광고가 없었더라도 A씨는 세금을 납부해야 했고 세제 감면 혜택만을 이유로 A씨가 사업장을 이전한 것도 아니므로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납부한 취득세 등은 원고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취득하기 위해 법률상 당연히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다"라고 밝혔다.


즉 취득세와 제산세는 이전기업에 대해서는 감면 혜택이 없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부담했어야 할 세금이라는 취지다.


또 재판부는 "원고는 취득세 등이 감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토지 자체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토지와 같은 공장부지를 분양받을 때에는 세제혜택 외에도 분양가격, 단지의 규모, 주변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므로 원고가 단순히 세제혜택만을 믿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이 같은 2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분양안내서는 총 6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에 관한 내용이 표지를 제외한 사실상 첫 면에 기재돼 있고, 다른 홍보내용인 입주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토지이용계획, 광역교통망 등 지리적 이점에 앞서 중점적으로 설명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피고는 이 사건 분양안내서를 통해 입주기업에 대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혜택을 입주기업 유치 홍보의 주된 내용으로 강조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원고와 같이 입주를 고려하는 기업에게 대상 토지의 선정, 매매계약의 체결 여부에 관한 결정 과정에서 주요한 고려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또 재판부는 "법령의 형식, 개정의 경과 및 그 내용에 비춰 보면, 법률전문가가 아닌 당사자로서는 일반 국민의 신뢰의 대상인 지방자치단체인 원주시가 공동사업시행자로 표시돼 있는 피고의 광고를 그대로 신뢰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사건 분양안내서에 관해 의문을 갖거나 관할 관청에 별도로 문의하지 않는 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에 관해 관계 법령에서 광고 내용과 달리 요건을 정하고 있는 사실을 쉽게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피고는 취득세 및 재산세의 경우 법인세와 달리 신설·창업 기업과 이전기업의 구분 없이 모두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은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했고, 원고는 이 사건 분양안내서의 내용을 신뢰해 취득세 및 재산세의 감면을 받는 것으로 오인했으며, 그로 인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것으로 추단함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및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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